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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Apr 07. 2022

발레리나와 화가 그리고 관객

국립발레단 해적 공연을 보고

얼마 전 국립발레단 '해적'이 시문화재단 시즌 기획 공연 중 하나로 공연되었습니다. 전용 공연장은 아니지만 근처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공연 20여 분전 일찌감치 도착해 느긋이 기다렸습니다. 객석은 코로나로 띄어 앉기를 해놓았는데 시작 전까지 사람들이 계속 들어옵니다. 제시간에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더 빨리들 오시지 하는 조급한 마음입니다.


드디어 객석 조명이 꺼지고 막이 걷히자 무대 위 풍경이 드러납니다. 발레리나(노)의 현란한 움직임 속에 음악이 조화를 이룰 때 내 몸도 들썩여집니다. 한 사람이 나와 큰 무대 공간을 장식하던 서너 명이 나오든 그 공간이 언제나 가득 차 보이는 것은 발레리나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이겠지요. 그 화려함을 즐기면서도 가끔 그들의 연습량을 생각해봅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를 하였기에 저렇게 자유로이 가능할까. 주역을 맡은 프리마 발레리나든 아니든 관객 입장에서는 그 하나하나 움직임이 모두 개성 있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모습은 실감 나게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연습하는 무용수나 무대 위 발레리나의 삶을 의미 있게 담아낸 것입니다. 드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무용수는 앳되 보이지만 노련한 무용수를 상상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그것을 색이 주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순한 색으로 표현한듯하지만, 대비되어 드러나는 발레리나의 모습은 화려하게 보입니다.  


또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 표정과 몸짓이 평화롭고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또한 현실이 반영되었기 때문이겠지요. 무대 위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발레리나는 끝없는 연습이라는 자기와 싸움으로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대 위  발레리나 몸은  그 자체가  조각 같습니다. 몸을 확연히 드러내는 의상을 통해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관객은 느끼게 됩니다. 그 느낌을 통해 몸짓을 이해하고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순간순간의 숨결까지 내 귓불에 닿아옵니다. 발레리나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발레리나의 동작과 시선, 그리고 몸 근육의 움직임을 봅니다. 그리고 귀로는 음악과 함께 흘러가는 스침의 순간을 기억하고 발레리나의 호흡을 감지합니다. 그것을 통해 무대 위 조화로운 음악을 가슴에 담아냅니다. 발레리나의 땀이 무대에서 빛날 때 약간의 거친 숨결마저 아름다울 때 눈에 보이던 그 육체의 아름다움이 완성됩니다.


그림 속 무용수가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극장에서 본 발레라나의 호흡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는 그 감정을 담아 무용수의 연습 장면조차 완벽한 작품으로 탄생시켜버립니다. 공연을 보는 날 발레리나 그림 한 점을 같이 보았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무언가 다르겠지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에드가 드가 등 많은 화가들이 댄서의 모습을 남겼는데요. 그중에서도  드가의 그림이 많이 알려져 있지요.


아래 이 그림은 1870년대 후반 카탈루냐에서 파리로 이주해 파리 오페라에서 명성을 얻은 스페인 무용가 로지타 마우리로 밝혀졌다고 하네요. 화사한 무대의상과 표정이 잘 담겨 있어요.


The Star, 1879/81, Edgar Degas


 Ballet at the Paris Opéra, 1877, Edgar Degas


아래 그림은 피곤함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댄서인데요. 공연을 위해 준비하는 그 노력이 얼마나 먼 여행길인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더위를 식히기도 힘든 듯 부채를 쥔 손도 흘러내리네요. 저 땀이 우리가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겠지요.

 Dancer Resting with a Fan, 1890/95, Edgar Degas


On the Stage, 1876/77,  Edgar Degas
ancer Turning, 1876, Edgar Degas



* 작품 사진은 시카고 미술관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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