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그리 많지 않으리라. 그중 한 사람의 작품 세계가 춘천에서 살아나고 있다. 다양한 쇠붙이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동물 모양도 있고 사람 모형도 있으며 작가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살아날 수 있는 재생적 아트? 가 바로 작가가 작업하고 있는 예술세계다. 아마도 자르고 용접하고 하는 과정이 가장 길겠으리라 생각하면서 작품을 이루는 크고 작은 쇠붙이들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 작가 말에 의하면 작품을 구상하고 나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소재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한다. 이곳저곳을 찾아보지만 쉬이 구하기 어려운가 보다. 소위 고물상에 가서 구하면 되지 하는 개념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정춘일 작가 춘천 용산리 작업장은 시내에서 춘천댐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시내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작업장은 국도변에서 몇백 미터 산기슭으로 들어가면 몇 채의 집이 보이는 곳에 작업장이 있다. 작업장 입구에 서 있는 작업 중인 커다란 로봇 같은 작품이 쇠붙이를 다루는 작업공간임을 알려준다.
선 듯 고물상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각종 쇠붙이로 가득한 작업장과 다르게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간은 예쁜 잔디가 조성되어 있고 야생화가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그 주변에 그간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듯 거대한 말과 말 탄 기사모습, 전투병 같은 모습의 커다란 작품들이 있다.
자연 속 공원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품과 야외 공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자리를 튼 지 10여 년이 되었다는 데 그동안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붕 위에는 비행기 모형이 날고 있고 처마 밑에는 부엉이? 가 있고 마당가에는 거북이와 닭? 작품들이 곳곳에즐비하다.
얼마 전 전시를 끝낸 작품 중 일부는 처마 밑에서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자신을 알아줄 사람을 기다리듯 멈추어있다. 일반회화를 하는 작가 화실과는 다르게 야외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의 활력이 느껴지는 곳이다.
정춘일 작가는 처음부터 정크아트를 한 것이 아니라 원래는 서양화를 전공했다고 한다. 대학원까지 회화 작업을 했지만 회화 작업보다는 입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용접과 목공 등을 손대기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자신의 직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듯 젊은 시절 패기만큼이나 작업의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는 언제나 작가에게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작가도 경제적 해결을 위해 타지에 나가 용접 등 일을 하였고, 작업 특성상 작업장소도 여러 번 옮기면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찾아든 곳이 고향인 춘천이다. 이곳에 자리잡기 까지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생활과 작업이라는 이중고를 겪었으며 헤쳐 나가야 했다.
지금 아내가 하는 미용실도 어쩌면 그 경제적 문제 해결의 한 수단이 되었다. 3명의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지금까지도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무언가를 얻기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래도 몇 년 전부터 작품에 대해 알아주고 구매로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졌단다. 화랑이나 갤러리 구매보다 개인적인 구매도 이어지고 특히 국립미술관에서 직접 구매를 해주기도 하였단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전시장에는 불려 가서 어느 때는 년간 몇십 번의 전시회에 참여한 적도 있단다. 가장 인연이 깊은 것이 광주비엔날레라고 그곳 참여를 통해 여러 번 구매가 이어졌단다. 그만큼 인연 깊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동안 많은 전시장에 초대되어 가서는 그 전시장의 입구를 지키며 홍보맨이 되었던 작품들 그 작품은 그냥 전시장 얼굴마담이 아닌 작가가 지향하는 작품 세계의 방향을 듣고 갤러리들과 연결해주는 메신저가 되어왔다. 그냥 생각해보아도 그 장면이 얼마나 좋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시장과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한 이상한 강철 생명체가 떡 버티고 서있는 전시 공간 멋있지 않은가.
요즘은 전시 참여보다 새로운 작품 구상을 위해 한 3년 정도 개인전을 열지 않을 예정이란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고뇌가 깊어간다는 말일 것이다. 그간의 작업형태 - 소재, 모양 등 - 모든 것에서 어떻게 새롭게 탈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인 것 같다.
작가의 고민은 끝이 없다. 항상 깨어나 있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만이 가진 정크 아트다운 정크아트, 그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에 사로잡힌 작가는 오늘도 깊은 숲 속에서 그 가치를 찾아낸다.
작품을 보면서 왜 작품이 퉁퉁하고 풍부한 모습이 아닌 마르면서도 근육덩어리로 가득한 모습일까를 생각했는데 작가를 직접 보니 이해가 간다. 깡마른 듯한 몸에 체구도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그가 만들어 높은 작품 옆에서는 영화 속의 거대한 로봇과 인간의 모습 같을듯하다.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 했는데 정춘일 작가도 그런 듯하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그것을 위해 자신을 다 바치는 그런 작가 그것이 예술인이 아닐까. 그동안 여러 번 작품을 보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떤 작품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들이 대략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