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시되는 작품 중 도자화가 많이 보인다. 작품 제작과정도 작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듯하다. 작품을 빚어 색을 입혀 구워내거나, 도자에 그림을 그린 후 구워낸 것이다. 또 다른 것은 초벌구이 한 작품에 색을 입혀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작가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제작방법이 다르듯 관객이 만나는 작품 또한 다양한 특성이 반영된 작품을 만나게 된다. 색을 입혀 구워낸 작품은 다양한 색 표현에 있어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원색의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낸듯한 작품도 있고, 인위적으로 색을 반감시켜 은은하게 발산되는 느낌으로 더 깊은 멋을 드러내기도 한다.
도자(조형)화는 그린다고 하기보다는 빚고 틀로 찍어낸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하나의 조형작품이다. 다양한 모형을 제작하여 붙이고 깎고 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 내기에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품이다. 대신 작품의 변색 걱정이 없어 전시나 보관상에 조금 편리하다 할 것이다. 도자화의 대부분은 꽃이나 서가 등 전통 민화적 이미지를 많이 지니고 있는 작품이 많다. 여기에 현대적 감각을 더 반영하여 소재가 다양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표현의 한계성과 작품 이미지의 동질성을 높이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얼마 전 전시회에서 본 유은혜 작가 도자화도 은은한 색감으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작품이다. 작은 공간 한편에 있으면 묵묵히 공간을 지키는 멋진 조화를 만들어 낸다. 작가의 도자조형 작품은 전통 민화를 차용하여 현대적 감각을 담았다. 그의 작품은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라서 더 걸음을 멈추어 세우는 것이 있다.
작품을 흙으로 빚어 조형물을 만든 뒤 채색하여 구워내 완성한다. 그 소재가 실제로는 흙과 종이를 썩어서 만든 혼합토라고 한다. 작품으로 완성 시 조금 더 부드럽게 보인다고 한다. 흙과 종이의 결합, 섞임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하다.
찬거리, 26 × 26, 자기질 백토, 2022년,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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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밝고 원색적인 이미지가 아닌 은은하게 드러내는 색감을 지녔다. 그래서 화려하기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움직임을 연상하게 만든다. 찬그릇에서 보여주는 모란의 대비는 작품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찬그릇에 은은히 부드럽게 표현된 모란꽃과 대비하여 굵은 선으로 확연하게 드러낸 커다란 모란꽃은 작품의 조화를 이루며 의도를 확연히 드러내 주고 있다. 이런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초벌구이 한 작품에 색을 입히고 다시 꺼낸 후 한번 더 작업을 하여 3번의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고 한다. 그래야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온소성(高溫燒成)의 뜨거운 열기를 견디고 살아남은 존재들과 만남, 기다림의 시간이다.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전통 민화적 요소를 띄고 있으면서 현대의 감각적인 재미를 담아냈다. 전통적 요소인 꽃, 복숭아, 집 등 상징적 소재와 일상생활 속 물건인 치약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조금 색다른 주재로 나타나는 것이 찬그릇이다. 반찬 그릇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 작품이다. 왜 이것을 선택했을까 하는 물음에 자신의 일생에 있어서 아내, 엄마 등 가족 구성원의 삶이 작품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는 관점에서 찬그릇을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결국 우리의 삶은 끊어질 수 없는 인과관계로 엮어져 있기에 뚜렷이 갈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더 친근한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 또 하나의 즐거움은 꽃, 반찬 그릇 등 작품 주제 밑면에 배치된 두 가지의 특이한 조형물이다. 작품의 수호신 같은 역할을 하는 상징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행하는 아이들 장난감인 악어룰렛과 해적룰렛이다. 입안에 손가락 넣으면 물어 버리는 장난감과 칼을 꽂으면 해적 얼굴이나온다. 요즘 세대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숨어있는 아이콘이다. 이것도 시대의 한 흐름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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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작가가 작품에 의도하는 하나의 재미, 즐거움이자 보호 본능적 방어 의식의 발현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있는 것에 대한 지킴이 역할 같은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나와 가족, 행복이라는 의지가 드러난다.
그의 도자화 작품은 하나씩 보면 단위 개체로 바라보이지만, 여러 개를 연결하여 퍼즐 맞추기 하듯 배열하면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단다. 결국 단위 개체로 소형 작품이지만, 여러 형태를 통해 대형 작품으로 재 배치할 수 있는 여력을 지녔다고 할 것이다. 개개의 작품이 배열을 통해 수십 가지의 새로운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