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업실로 가는 길. 춘천시 실레마을 입구를 지나 금병산으로 오르는 마을 안 길은 중간에 비포장 구간도 있고 울퉁불퉁한 좁은 길이다. 큰길에서 잠깐 오르니 아담한 화실이 나타났다. 금병산 자락 마을 가장 끝 지점쯤에 화실이 있다. 주변에는 함섭 작가를 비롯한 여러분의 작업공간이 있는 예술촌이다.
화실은 도자기 작업을 하는 작가답게 마당에는 도자기로 만든 작품이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 계단 높은 곳에 있는 작업실에 들어서자 토기로 구워진 얼굴이 전시장처럼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작가의 성품만큼이나 화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작업장 같은 느낌이 없을 정도다. 성격상 깨끗하게 치워 놓아야 마음이 편하시단다.
지금은 작업을 하면서 일부 가르치는 일도 병행해서 수입을 보충하는 것 같다. 작업실 한편은 체험실이 있다. 작은 전기화로를 사용해서 지금 작업실에서는 대형작품을 만들 수 없다. 앞으로 조금 더 큰 화로를 들여놓고 대형작품도 하고 싶단다.
작가는 교편을 잡고 있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나와서 도자기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잘 팔리는 예쁜 대중성 작품과는 다른 작업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과는 먼 투박하다고 할 정도로 흙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 주고 있는 작업이 특징적이다. 주로 얼굴 모양을 만들고 있는데 그 모양도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이 세상에 다양한 인종이 있듯이 다양한 특징을 드러내는 얼굴 표정은 인간의 삶의 희로애락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들이다. 길쭉하고 동그랗고 찌그러 지기도 한 모양에 깨끗하기보다 울퉁불퉁한 표면은 그래서 더 살갑게 다가온다.
작품에는 인간의 내면적 표정 같은 진솔함이 드러난다. 흙 작업뿐 아니라 요즘 한창 연구하고 있는 것이 흙과 종이를 썩은 페이퍼 흙? 작업이다. 흙만으로는 결코 나타낼 수 없는 다양한 표현을 만들어 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부분적으로는 아주 얇게 만들 수도 있고 다양한 색을 표현해 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햇빛에도 변하지 않는 영구적 작품이다. 그것은 흙과 종이의 조합에 있다고 한다. 그 조합을 통해 종이처럼 얇은 작품도 만들어 낼 수 있고 각종 모양도 형상화시키게 되었단다.
도자기는 도자기인데 종이가 썩여진 도자기다. 이렇듯 작가의 끊임없는 노력은 자기 계발 의지다. 작품만을 통해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표정은 꽉 다문 입처럼 의지가 굳건하다. 작품을 팔기 위함만이 아닌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욕심은 모든 작가가 희망하고 이루고자 하는 결과이지만 김윤선 작가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자신만의 색깔로 자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앞으로 어느 날 인가 작가가 만든 종이 흙 도자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들의 눈앞에 나타날 것 같다. 잠깐의 방문, 잠깐의 만남을 통해 나는 오늘도 작가의 진솔한 한 면을 바라본다. 다음에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주된 재료과 주제, 그리고 제작방법 등 그 만의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20211019 작가 화실 방문 후 쓴 글 수정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