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그림과 어두운 그림
주제와 색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림은 색감과 주제에 따라 무겁기도 하고 밝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느끼는 그 감정이 작품이 주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화사한 색을 지녔어도 그 주제가 어둡거나 날카로우면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고, 색감이 어둡고 무거운듯하나 주제가 밝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사무실이나 가정집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림이 따로 있다.
생활공간에는 밝은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좋다. 집에서 감상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그림이 바로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림이다.
- 힘든 삶에 지쳐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는 그림이나 삭막한 풍경, 외로운 그림
- 인물화나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화 같은 것이다.
어둡다는 것은 색의 밝고 화려함이 아니라 작품이 주는 어두운 분위기나 삭막함이다. 작품성 있는 좋은 그림이나 시대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일지라도 자신을 침울하게 하거나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그림을 상시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런 그림은 전시장이나 미술관에서 충분히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오래전 지인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벽에 걸려있는 꽃그림을 보고 화사하고 밝은 기운보다 무거운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내용은 꽃이었지만 이미 시들고 말라비틀어진 죽어가는 꽃이었다. 소위 칙칙한 분위기가 마음이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작품이 한 점만 있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점의 그림이 함께 있는데 모두 비슷한 풍경이었던 것이다. 가능하면 작품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작품성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하루 종일 일하는 공간에서 시들어 가는 꽃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떤 마음이 일어날까.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림을 한두 점만 남기고 다른 것을 배치했다면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감각은 아주 예민하다. 조그만 변화에도 오감이 움직인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눈으로 보고 냄새를 탐지하고 감촉으로 느끼는 순간 몸은 자동으로 방어와 해제 작용에 들어간다. 좋고 나쁨을 걸러내어 무형의 방탄지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작용이다.
그렇기에 보고 듣고 만지는 것에서부터 향기까지 몸에 와닿는 기운은 언제나 신선하고 맑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도 밝아지는 것이다.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는 울고 웃으며 희열과 감동 슬픔을 내뱉는다. 그것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긍정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균형을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지속적인 균형추를 유지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