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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r 27. 2023

그림 감상은 색의 관찰이자 관조다.

각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매의 눈은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고, 토끼는 바닥에서 인간은 그 중간자쯤 위치에서 사물을 본다. 인간의 시선으로 보기 어려울 때 우리는 기기機器를 이용해 확장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가 펼쳐진다. 더 많은 것을 더 다양한 것을 보고자 하는 욕망이다. 그런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이다.


그림은 사물의 이미지나 형상, 인간의 감각적 사고를 평면 위에 나타낸 것이다. 선과 면 색채를 통해 나타난다. 우리가 그림을 보는 것은 관찰觀察이자 관조다.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느낌을 얻고 감정적 교류를 시작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에서 보고 나머지는 상상한다. 틀에 갇힌 시선이다.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관찰과 관조하는 능력이다. 그림은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상상하는 것에 이르기까지다.


그림을 보는 것은 단순한 배움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깨우치는 길라잡이다. 각자의 시선으로 나타난 형상만큼 좋은 교재는 없다. 그림은 시각으로 보여주는 가장 감각적인 형상이다. 작가의 경험치와 지식을 통해 다른 시각에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과는 다른 무엇을 담고 있다. 살아있는 인간의 심장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상대방의 가슴에 손을 얻고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소리는 웅장하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고 때로는 여유롭게 거니는 자유로움이다.


그런 자유로움을 우리는 아이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다. 자신만의 순수한 바람, 처음 색연필을 들고 선을 그리고 면이 되고 무언가 형태가 만들어졌을 때 감탄하는 아이의 마음이다. 자유로운 형상이다. 자유로운 색이다. 그것은 틀을 깨는 시작이다. 아이의 시선이다. 타인의 감정 사고가 작용하지 않은 시점까지다.


아이가 처음 그림을 그리며 사람을 그릴 때 하나의 선으로 그리다가 어느 순간 두 개의 선으로 몸체를 묘사하기 시작한다. 엄청난 발전이라고 한다. 그 순간 부모는 아이의 천재성을 발견한다. 학원을 보내고 아이의 그림은 더욱 빛을 발한다. 선에서 면을 이루고 색채를 입히는 과정에 이르며 아이는 기계적으로 모든 것을 잘 해낸다. 배운 것이다. 손은 이렇게 그리고 머리는 이렇게 그리고 그 순서와 모양까지 기계적인 묘사를 한다. 더 이상 발전이 없다. 학원에서 배우는 순간까지다. 스스로 터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든 대단한 일이다.


그림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자신을 바라본다. 스스로 자각하고 표현하는 심상 깊은 울림이다. 색, 면, 선을 통해 그림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기회를 갖는다. 그림이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알고 공유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봄이면 세상이 색을 뱉어내고 색을 품는다.  회색빛 일색이던 세상이  초록색을 선두로 빨갛고 노랗고 색을 입으며 세상을 바꾼다. 자연이 주는 그림이다.   사람들의 눈빛이 밝아지고 움직임이 경퀘해진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변화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색은 마음을 두드리고 선과 면은 안아주는 포근함이 있다. 봄과 그림은 세상을 편안하게 하는 공통의 힘을 지녔다. 지긋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면 봄이기 때문이다. 그림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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