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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r 29. 2023

계절의 길목에 갤러리가 있다

눈덩이 사이를 비집고 솟아나는 복수초가 봄소식 알리는 사이 도심의 거리에서는 이미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활짝 핀 매화꽃이 화사한 기운을 전해주기도 하고, 잔가지에 남아있는 눈 한 송이와 어우러진 매화꽃의 청초함이 겨울과 봄 사이에 펼쳐지는 새로운 공간의 이동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느 곳에서는 성급히 핀 진달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푸른 초원의 여유로운 풍경이 발걸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마음을 이끄는 것은 꽃이다. 봄은 꽃과 함께 오는 것이기에 어디에서 만나도 반갑고 기쁘다.  유리창 너머 전시된 갤러리의 그림 속 꽃은 같은 꽃이지만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이의 마음에 새겨 넣는 작업이다.  거실 한쪽에 꽃을 건다. 봄을 건다. 봄의 화사한 기운을 간직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한다. 봄은 도심의 갤러리 속에서 시작된다. 봄이 되면 도심의 갤러리도 활짝 열린다. 유화 물감의 짙은 향기가 도심을 감싼다. 작품 전시가 시작된다. 지난 묵은 기운을 떨쳐 내듯이 새해를 알리고 새봄을 알리는 봄기운이 가득한 전시들이다. 도심의 차가운 바람을 녹여내듯 봄에 시작되는 전시는 사람들의 가슴을 술렁이게 한다.    


두툼한 외투를 벗고 한 팔 걷고 걷는 봄은 이른 듯 늦은 듯 계절을 시샘한다. 무거운 갤러리 문이 활짝 열리고 단골손님을 기다리듯 개나리 하나 문틈에 꽂아둔다. 봄은 자연의 생성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열개한다. 쌓인 먼지 털듯 감정을 씻고자 갤러리를 찾는다.  긴긴 겨울을 켜켜이 쌓아 올린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공감과 비유와 도입을 통해 희로애락의 즐거움을 즐긴다. 작가가 쌓아 올린 물감의 변화는 긴 겨울의 에너지가 축적된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쌓인 감정은 묵은 때일 뿐이다. 쌓은 시간은 같은데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림은 그런 감정 교한을 통해 얻는 기쁨이다. 봄의 문턱에서 만나는 인연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날 살짝 열어놓은 갤러리의 문들 두드려보자. 심상 깊은 작품을 보면서 내면의 한을 떨쳐보자. 봄은 기지개를 켜게 한다. 자연도 사람도 색을 입으며 변화를 시작한다. 봄맞이로 변신하는 갤러리의 문턱에 서서 깊은 호흡으로 봄을 맞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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