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Apr 01. 2023

그림이란 나에게

빈자리를 채워주는 동반자인가.

아트페어, 작가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보러 다닌 지도 시간이 꽤나 흘렀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나 어려움을 주는 것이 예술작품인가 보다. 그림은 나에게 있어 어떤 것인가. 오랫동안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점점 더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처음엔 마냥 좋은 것이었는데 어느 날에는 가치의 존재로 보이기도 하고 어느 날부터는 인생 후반의 즐거움을 나눌 시선의 대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예술품으로서 그림이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가치다. 그 가치는 개인적 가치관에서는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는 미술사적 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거든다면 소장자로서의 이름은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투자의 가치로서 가능성은 남아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산 가격보다 몇 배 또는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가격으로 변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그림은 역사적 소명이나 투자의 가치라기보다는 개인적 삶의 즐거움을 영위하는 한 부분으로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삶의 부족한 한 부분을 그림이라는 매체가 메워 주는 것이다.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가치 그것이 바로 개인의 삶에 있어 그림이 차지하는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경제적인 것과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보템이 되는 가치다. 


그림은 매일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입으로 말하지 않고도 혼자 대화를 나누고 그 영감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보낸다. 누군가 함께 관심이라도 보여 준다면 그 가치는 배가 될 것이다. 함께 공감하고 내가 가진 생각에 대해 누군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그림의 가치는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에서 빛난다. 그 가치는 자기 삶의 한 부분을 가득 채워줄 수 있는 충분한 기운을 지녔다. 삶은 그래서 충만하다. 그림이란 내 삶에 있어 빈 곳을 채워주고 또 다른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서 공통된 의식을 공유하게 하는 그런 것이다. 그림이 에너지가 되고 소통의 창구가 되고 연결의 중심이 된다. 관계의 형성을 만들어준다.


그림은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지배한다. 무엇인가가 부족한듯하지만 이미 채워진 것이다. 결국, 그림이란 나의 삶의 한 부분이다. 많아서도 적어서도 안 되는 그런 영원한 동반자다. 그림은 아름다운 것이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보통의 평범함을 즐기게 해주는 존재다.


그 보편적 가치가 있기에 누구나가 좋아할 수 있으나 누구에게나 사랑받지는 못하는 것이다. 영속성을 지닌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이 삶인 것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또 다른 누군가가 좋아할 수 있지만, 사라질 수도 있다. 그림은 소유가 아닌 모두의 공유이기 때문이다.      



* 20170721 글 수정 옮김

매거진의 이전글 계절의 길목에 갤러리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