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작품 가격이다. 좋아서, 커서, 신기해서 갖가지 이유를 불문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다. 다행히 작품 옆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으면 한번 흩어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관람객의 감정이다. 저 정도 작품은 어느 가격일까 하는 비교 가치의 마음이다. 누군가 어느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면 얼마냐고 묻는 것도 같은 마음이다. 꼭 값어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전시자의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전시장 작품옆에 표기하고 홍보물에 표기하고 쉽게 확인하게 만들어주는 정성이다.
아직도 전시장에는 작품 가격을 표시해 놓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하면서 작가 대부분은 도록을 제작한다. 그 도록은 두꺼운 책으로 내기도 하고 팸플릿 정도의 접이식으로 간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속에는 전시되는 주요 작품을 수록하면서 초대 글과 작품의 규격, 제목 등을 명시한다. 그러나 작품 가격은 누구를 막론하고 기재하는 경우가 없다.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전시인데 가격은 꼭꼭 숨겨놓은 것이다. 물론, 가격 표기를 전시장의 작품 밑이나 별도로 가격표를 만들어 전시장에 비치해 놓기도 한다. 보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록에 작품 가격을 명시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그림을 좋아하고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도록에 가격을 명시해 놓는다면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또한 도록에 명시된 작품 가격은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하는 작가의 작품 가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작가의 가격이 전에는 얼마였는데 지금 현재는 이렇게 거래되는구나 하는 자료의 역할도 한다. 도록을 만들 때 그런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관점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자동차 전시관이나 전기제품, 가구점, 명품점에 가면 쉽게 가격표를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가 쉽게 선택의 판단을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림 전시도 판매가 목적이다. 그렇다면 작품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예술품이기 때문에 공산품과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의 가치도 제대로 알려지고 인정받을 때 존중받는 것이다.
선택과 구매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고 그 가치를 알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품의 마케팅도 변화를 거듭해야 한다. 구매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비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격 알리기다. 묻지 않고 스스로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술품은 고급 쇼핑 문화의 하나다.
*20170317 글 수정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