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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y 17. 2022

공공청사 그림으로 꾸민다.

일상의 미술관이다.

내가 머무는 사무실 공간, 언제나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흰색 벽이 주는 깔끔함이다. 그것이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은 공간에 흰 벽이 주는 강박감 같은 것이다.


작은 그림 한 점을 옆에 놓아 눈의 피로를 풀어본다. 사무실 복도 하얀 벽면을 그림으로 채웠다. 중정에는 조각을 놓았다. 지역작가 44명의 작품 79점을 랜탈하여 갤러리를 만들었다.  일상의 미술관이다.


직장인은 자신이 근무하는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낸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갈등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눈길이 머무는 곳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다. 그런 공간이 깨끗하게 한다는 이유로 하얗게 벽면을 장식한 채 사람들을 맞이한다. 삭막함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을 떨치고 세상 속에서 내 가치를 찾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런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은 따뜻한 직장 동료애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고 들으며 잠시 여유를 갖게 해 주는 휴식 같은 다른 것이 필요하다.


그 대상 중 하나가 예술이다. 그림 한 점이 갖는 의미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큰 역할을 한다. 머물러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지나가듯 스쳐보지만 시각으로 받아들인 것들은 각인되고 드러날 것이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근무 분위기는 바뀌어 갈 것이다.


전시공간을 만들고 그림을 랜탈하거나 구입하여 설치하는 일은, 많은 곳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건물은 하얀 벽면으로 남아있다. 오늘 그 벽면 중 하나가 새롭게 변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 또 다른 곳이 바뀌어 간다면 더 좋겠다. 그것이 예술이 갖는 힘이다. 알게 모르게 힘을 주고 관심을 갖게 하며 의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작품을 보면서 건물 속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찾길 기대해본다. 지역에는 많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전시는 한정되고 작가는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 이런 전시가 이루어지면서 더 많은 관심과 사랑받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내가 머무는 사무 공간에도 작품이 있다. 닭이 들어왔다. 이승철 작가의 수탉 작품이다. 앙증맞은 작은 화분과 어울려 빈 공간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전사의 모습처럼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제왕 수탉이기 때문이다. 내 공간을 다녀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그 기상을 나누어준다.


그림은 혼자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나누는 것이다.

소멸되지 않는 무한의 나눔이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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