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의 한계성인가
도시 디자인과 어울려야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만나는 조각 작품,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조각 작품들은 공공의 성격을 띤 대표적인 미술작품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미술 설치는 1995년 문화예술진흥법에서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가 의무화되면서 본격화되었다. 공공미술이 아주 성공적으로 정착된 부분도 있는 반면 많은 부분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변질되어 새로운 공해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또는 건물주, 기업 차원에서 추진하는 무수한 공공미술의 규모는 엄청나다. 2020년 건축물미술작품 설치는 965억 782점이다. 지난 20년간 국내에 설치된 공공미술작품은 1만 4000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꾸준히 추구해온 공공미술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구색 갖추기 형식에 그치다 보니 제도의 취지를 벗어 난 지 오래다.
요즘도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벽화를 그리고 조각을 만들고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예술의 공유가 아닌 하나의 장식물에 불과하고 그것마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준조세의 성격이 되어 버리기까지 한다.
왜 이런 문제가 대두되는가에서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와 예산투자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리고 이런 사업에 체계적(?)으로 참여하는 기획사의 문제가 겹쳐진 것이다. 건물주는 적은 돈을 들여 작품을 설치하고 싶고 기획사는 돈을 벌려고 한다.
지역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은 명칭만 예술이지 전문가들의 참여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 체로 예산 소모적인 형태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지 않는 이상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사회는 넘치는 공공미술작품에 의해 쓰레기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해할 수도 없는 이상한 설치물, 어디서 본 듯한 조형물들이 넘치는 도심이 과연 문화와 예술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각 지역마다 운영되고 있는 공공미술 설치 심의 기구인 '공공미술품 설치 심의위원회' 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제는 도시 전체를 디자인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무분별(?)한 공공시설물의 설치를 막아야 한다. 법으로 되어 있으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설치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누구나가 그 설치작품에서 아름다움과 희망, 그리고 도심의 푸근한 기운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공공조형물의 설치 목적이다.
행정에서 나서야 하고 지역주민이 나서야 한다. 문화예술이라는 가면 속에서 자행되는 폭력 행위를 멈춰야 한다. 안목을 버리는 무차별한 쓰레기 폭탄에서 벗어나야 한다.
* 대문사진; 서울 강남 공사장 가림막 갤러리, 20220803 사진촬영
* 20170818 글 수정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