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옥션의 제로 베이스 경매를 보면서
옥션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시장이나 아트페어뿐 아니라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옥션 경매도 활성화? 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진 작가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에서의 작품 가격 형성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단 옥션에서 올리는 시작가나 추정가? 가 작가가 일반 전시장에서 팔던 가격보다 현저히 낮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마무리된 어느 옥션의 제로베이스 경매 결과를 보면 지역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너무 낮지 않은가 하는 의견이 많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처음엔 홍보가 안되어 그랬다지만, 이번에도 낮은 가격에 낙찰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 미술계 인사는 너무 낮은 가격 때문에 본인이라도 입찰에 참여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니 평소 참여작가의 작품 가격에 비해 얼마나 낮게 낙찰되었는지 알 것 같다. 물론 작가가 너무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제로베이스는 낙찰 가격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특정 기간 중 참여 작가의 작품에 0원부터 일정 기준으로 작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구입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경매방식이다. 이런 경매 방식은 이름 있는 작가의 경우에는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작품 진가를 제대로 알려 적정 가격을 받기는 실상 쉽지 않다.
작품 판매는 기본적으로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에 전시장이 있지만 그 신생 작가에 대한 큰 관심이 없는 한 직접 보러 간다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작가의 입장에서 가격에 관계없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는데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경매 방법이 좋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이번 참여 작가가 다음에도 이 옥션에 계속해서 작품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의 작가전이 1,2차 이루어졌지만 모두 다른 작가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경매라면 앞서서 이야기된 여러 가지 장점은 크게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제로 베이스 경매는 다른 곳에서도 오래전부터 온라인상에서 하고 있는 곳이 있다. **포털에서 2007년경부터 매일 수십 명의 작가 작품을 지속적으로 올리며 이런 비슷한 경매를 시도했었다. 다만, 여기서는 시작가가 1만 원이고 최고가도 작품마다 정해져 있다는 것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경매라는 것은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의 경매로 끝나면 이런 저가 낙찰은 작가에게 의미가 없다. 일부 구매자에게 저가에 낙찰받을 수 있는 일시적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만 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왜 발생할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작가 선정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작품 수준이 낮거나 관심도가 너무 낮은 작품인 경우다. 또 옥션의 홍보 부족이다. 기존의 경매와 달리 운영되는 경매에 대한 관심 유도가 부족한 것이다.
해결 방안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우선은, 작가에게 한 번의 경매 참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경매 참여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저가 낙찰에 따른 향후 가격 상승 요인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또 작품 경매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옥션이라는 큰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작가는 자신의 인지도에 의지해 작품을 팔아야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옥션이라는 큰 거래회사에서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약간의 고려가 있다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림을 낙찰받은 사람이 작가에게 미안해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작품 판매가 작가에게 도움보다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