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가치
우리가 지키고 가꾸는 문화와 전통은 어찌 보면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일을 되돌아보고 다시 반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록으로 남고 구전으로 전해지고 의식 속에 남아있는 것들은 때로 가공되고 때로 재해석되어 변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가치는 불변이 아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이 어느 순간에 과거의 유물, 문화와 전통으로 남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내가 미래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다. 현재 시각으로 과거를 이해할 수 없듯이 잊히고 변하고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은 그것으로 남아야 한다. 지금의 나는 어느 위치에서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가? 나만의 가치 나만의 독자적 생각 없이는 미래의 나도 우리도 없는 것이다. 그 가치는 지켜져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지금이 곧 미래다.
어느 지역에서는 귀중한 작품으로 대접받지만, 어느 곳에서는 일상생활의 하나이자 흔한 것일 수도 있다. 그 흔한 것이 어느 순간에는 귀한 것이 되듯이 말이다. 아직도 일부 국가에 가면 짝퉁이라는 유명상표 제품들도 있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물건들이 싼 가격에 가게를 채우고 있다. 지역에서 싼 노동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물건들로 일명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것들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 중에는 대량으로 생산된 제품도 있지만 그 지역의 주민들이 수공업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낸 것들도 많다. 그 상품을 보면 많은 노력과 시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이다. 소위 작가라는 이름만 붙이면 고가에도 팔릴 수 있는 것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무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고 어느 날에는 그 노동의 창작 값어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중국 윈난성雲南省 대리고성大理古城에 갔을 때 좁은 길목에서 나무 조각에 그림을 그려 팔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계속 작업을 하고 있을까. 베트남에서 본 락커 페인팅(?) 기법의 작품이나 계란 껍데기로 만들었다는 공예 작품은 가격에 비해 매우 훌륭한 작품성과 디테일을 지니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본 바틱 제품은 하나의 작품이다. 옛 것을 지키는 소중한 작업현장을 통해 관광객은 그 의미를 알게 되고 그 제품은 세계로 퍼져나간다. 베트남 야시장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놀이 맞춤 같은 함선 모형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면류의 가방이나 나무 인형은 여행객의 소중한 추억거리자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가치는 소장하는 이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흔한 것 같지만 어느 순간 그 흔함은 사라지고 귀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수작업으로 하는 것은 허접할지라도 싸질 수가 없다. 그것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허접한 것이 아니다.
20160425 메모 글 수정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