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추구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조직과 인력, 제도가 제대로 준비되어야 한다. 사회는 발전할수록 다양한 제도의 틀에 갇히게 되고 이를 통해 번영과 쇠락을 거듭하게 된다. 문화예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법에서부터 관습까지 시대에 맞게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문화의 보존과 확산, 예술의 발전에 있어 제도적인 지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바탕 위에 성장하고 변화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 제도가 밑바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공공청사는 도심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청사 건립 시 천편일률적인 예산과 절차의 제약 조건은 변화와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한다. 미술관, 공연장 건축에 설계비 제한이나 재정심사 등을 통한 통제는 좋은 건축물을 지을 기회마저 잃게 한다. 제대로 된 규모와 구조의 변화가 제한된다. 겉모습만 대략 갖추고 내용은 부실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결국 지역 특색을 드러낸 좋은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없다.
일본 나오시마, 스페인 빌바오처럼 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지역들을 보면 비교가 된다. 우리는 왜 저런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할까 하는 의문? 그것은 바로 제도의 미비가 큰 역할을 한다. 제도가 있으나 거기에 문화와 예술은 없다. 새로운 관점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일본 나오시마(1995)처럼 아름다운 예술의 섬으로 꾸밀 수 없다. 스페인 동북부 빌바오의 구겐하임 빌바오미술관(1997년)같이 연간 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미술관을 지을 수 없다. 그들은 수십 년 전에 이런 일들을 기획했고 실현해 냈다. 우리는 아직도 그런 구상을 하면서도 제도라는 규제에 묶여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미술관인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은 방치된 발전소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미국 뉴욕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193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1951년)은 모두 공공건축을 통해 도시 활성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상상하는 만큼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를 토대로 2025년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완공된다. 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건축물과 주변경관이 어우러진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예술이 새로운 경제유발 수단이 되며 예술발전의 중심이 된 것이다. 공공건축의 성공적인 대표 사례다.
낡은 제도를 고쳐야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지방분권과도 연결된다. 중앙에서 잡고 있는 권한을 지역에 배분해 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전체를 주기 어렵다면 제주특별자치도나 강원특별자치도 같은 곳에 우선적으로 권한을 부여하여 전례를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문화예술진흥법의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설치' 제도 보다도 건축 법규의 보완을 통한 예술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공연장하나 지자체 의지대로 지을 수 없는 현실에서 문화예술 발전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규제가 풀리면 공공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고 명소화가 될 수 있다. 그러면 그 속에 새로운 것을 도모하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항상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