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Jun 07. 2023

지게와 작대기

화가와 갤러리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는 지게는 몸체와 작대기가 짝이다. 물건을 싣는 지게는 두 발로 홀로 설 수 없기에 아주 작은 작대기가 중심을 잡아준다. 작대기 하나의 힘은 약하지만 무게 중심이라는 균형추 역할을 통해 큰 힘을 버틴다. 사람이 무거운 짐을 졌을 때도 넘어지지 않으려면 작대기를 짚어야 한다. 작대기에 온전히 힘을 싣지는 못하지만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렇듯 작은 힘으로 큰 것이 넘어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많다. 작은 받침돌이 큰 다딤돌의 균형을 맞추고 작고 보이지 않는 돌이 담장을 지탱하듯이 말이다  


서로의 힘을 나누면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보완이다. 예술계도 같은 이치다. 열심히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 옆에서 도와주어 더 많은 일을 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바로 갤러리가 그런 역할을 한다. 화가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갤러리는 작가와 애호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화가가 작품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그간의 결과를 정리해 사후에도 그 작품이 지속되고 알려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런 역할이 하나하나의 객체로 보일 때는 아주 미미微微해 보이지만 함께 모으면 큰 성과를 나타낸다. 현재도 많은 작가들이 더 이상 창작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작가도 작품도 잊혀가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다. 바로 돕고 돕는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얼마 전 어느 작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작품과 화실 등 정리에 대해 가족들은 고민이 많다. 정리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작업장과 작품, 관련 자료의 처리가 문제다. 누군가 작업을 이어서 할 수도 없고 전시관을 만들 여력도 안된다. 예술인들 대부분의 현재 상황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정리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평소 작가를 좋아하던 이들이 나서서 작가의 삶을 조명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바로 아카이브다. 자식이나 누군가 그 역할을 할 여건이 안된다면 미술관이나 지자체에 기부를 통해 전시관을 만들고 유산으로 넘길 필요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술계의 큰 어른으로 남고 지역의 역사, 국가적 자원으로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분의 작가를 위해서는 미술계, 언론, 학계, 행정, 애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체계적인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명분 만들기다. 이 작가를 왜 지원하고 지역의 자원으로 보존해야 하는지 하는 당위성을 알려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 단계가 넘어서기 위해서는 작가의 활동과 존치 필요성을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지게 작대기처럼 큰 역할이 없는 것 같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 하나의 주체가 되는 것이 있다. 함께 또 따로 그렇지만 같이 있어야 존재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그런 조화가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