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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y 23. 2022

춘천의 문화, 북한강과 의암호

문화와 예술은 삶의 근처에 있다.

춘천에 사는 사람들은 호수와 강을 끼고 산다. 북한강 줄기를 멈추어 세운 댐이 호수를 만들고 사람과 물속의 생명체들까지 붙잡았다.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은 아쉬움이 크고 지금의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함께 안고 살아간다. 그 가운데 문화도 있고 예술도 있다. 우리의 삶이다.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불리게 만든 일등공신? 은 의암댐(1967년)이다. 댐이 생기면서 지형을 바꾸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댐은 물을 가두고 호수를 만들었다. 마을이 사라지고 동산이 사라지고 내 삶의 추억도 사라지게 하였다. 그리고 호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라는 과제를 떠 안겼다.


지금의 호반은 그렇게 우리들 삶과 함께 자라고 있다. 아직도 성장통을 이어가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앞다투며 말한다. 어느 것이라는 정답은 없지만, 모두 미래를 바라보며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통이다. 그렇지만 춘천에 살면서 의암호에 들어가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바라만 보았다.  


그 의암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배다. 며칠 전 의암호를 둘러볼 수 있는 킹 카누를 탔다. 육지에서 보는 의암호와 의암호 안에서 바라보는 육지 풍경은 다르다. 시각의 관점에서부터 생각까지 다르게 만든다. 작은 바람에 찰랑이는 은빛 물결에 호수가 깊고 넓다는 것을 발견한다. 갈대와 숲이 보이는 풍경이 옷을 뒤집어 입은 듯 낯설으면서 새롭다.


서울 방향인 의암댐 쪽을 향해 배가 움직이자 작은 섬과 삼악산, 드름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춘천의 역사가 보인다. 춘천 부사가 오가고 유배와 은거의 길목 그리고 의병들의 이동로 이기도 했던 석파령席破嶺, 삼한시대 맥국貊國의 성이라고 전해지며 왕건과 싸움에 진 궁예가 잠시 피신했었다는 삼악산성, 춘천으로 들어오는 대문이라 해서 문암門岩이라는 바위, 70도의 가파른 삼악산에 대피소로 지었다가 박정희 대통령의 별장으로도 사용되었다는 삼악 산장, 천년의 시간을 지키고 있는 삼악산 능선 아래 상원사上院寺다.  


육로의 관문이 석파령과 신연 나루라면 지금은 물에 잠겨 일부만 드러나 있는 문암은 수로의 관문이었다. 경치가 뛰어나 소금강 小金剛이라고도 불렸다. 문암의 옆쪽으로는 생강나무 꽃이 많이 피었다고 하는데 춘천 출신 소설가 김유정이 낚시를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박녹주와 이어지지 못한 사랑의 슬픔을 달랬으려나. 강을 통해 이어지는 것은 문화와 예술이며 삶의 이야기가 숨겨지듯 심어져 있다. 뱃길을 따라 바라보는 춘천 풍경이 우리의 삶이다. 북한강은 우리들 삶과 함께 이어져 오고 있음을 잠시 잊은듯하다. 강이 있어 삶이 있음을 알려주는 공간, 북한강 줄기에 잠시 멈춘 의암호가 말해준다.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면서 바라보는 화악산의 아른거림, 근래 핫이슈로 부각된 중도와 레고랜드, 봉의산 등 아른아른 도심의 풍경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의암호가 생기면서 다시 만들어낸 여행길이 되었다. 다산 정약용과 매월당 김시습이 춘천의 관문에서 시로 노래한 아름다음을 우리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 아름다움을 시민과 관광객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늘 호수 위에서 본 갈대숲은 지난 시간과 봄을 함께 보여주듯 든든히 지키고 서있다. 그 갈대숲에는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가 합창을 이루고 있었다.   부들이 솟아나고 창포 꽃이 지고 난 후, 6월 중순이 되면 호수 곳곳에 수연이 피어난다. 곳곳에 숨어 있는 모습 자체가 의암호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그 자연을 지키고 우리의 정서적 시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우리다. 지역의 문화와 예술은 항상 가까이 있었다.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우리의 일이다.


오늘 힘차게 노를 저으며 훈련을 하고 있는 젊은 카누 선수들 모습은 북한강이 아닌 의암호가 있기에 생겨난 새로운 변화다. 금강산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춘천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고 다시 서해바다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녔다. 물은 유유히 바다로 향한다. 우리의 삶도 저 물길 따라 바다로 세계와 이어진다. 우리의 문화도 함께 간다. 북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유유히 흐르는데 사람만 바뀌어 새롭다고 이야기한다.


(좌)수초, (우)왼쪽에 문암, 가운데 의암댐, 우측에 삼악산이다

* 대문사진 : 20220519, 의암댐에서 중도를 바라보며(왼쪽이 서면, 가운데 섬이 중도, 오른쪽이 춘천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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