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 여행이라는 말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새로운 것에 목메는 사람들의 억눌린 힘이 요동치고 있다.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이자 현실이다. 그리움과 긴장감으로 여행지의 추억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각인된다. 여행을 하는 이는 수행의 길을 떠나는 구도자처럼 즐거움을 찾아 떠난다. 현재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가장 먼 곳을 향해 발길 닿는 곳까지 떠나려 한다.
여행을 기록하는 것은 다양하지만 그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풍경이야 말로 가장 완벽한 여행자료다. 사진과, 영상, 글 등 모든 것으로 남기고 기록하지만 나는 여행지의 길거리 그림에서 그 증거를 찾는다. 가장 흔한 흔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기억의 기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지 그림의 풍경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그렇기에 다른 어느 것보다도 가장 현실적이고 적절한 기록자료가 될 수 있다. 비슷비슷한 풍경을 통해 그들은 수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화가도 있고 화가의 가족도 있고 작품을 파는 이는 그들의 삶을 넘겨주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화가를 통해 그 지역의 모습을 본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나 거리, 인물들은 그 지역의 상징이다. 어쩌면 그 시기의 시대상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관광지에서 그림 구입은 현재의 지역 모습을 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자료다. 흔하고 싸서 값어치가 없는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어느 순간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본 다면 더 없는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오늘 내가 보았던 풍경을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 과거의 예술가들이 남긴 풍경화를 통해 현지를 찾아가서 보는 즐거움처럼, 오늘 내가 구입한 거리의 그림 한점도 지난 시간의 흔적을 찾아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마티스와 샤갈이 거닐고 바라보았던 프랑스 니스의 언덕을 찾아 감화에 젖었던 그 순간처럼 그림 속에 남아있는 풍경은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그림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대문사진: 춘천시내 풍경, 20220524
* 아트버스카프 ArtVerse KAF 2022년7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