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하네 꽃도 있고 로봇인가 사람인가, 카드도 보이네 재미있다. 마리 봇(권태원) 작가의 작품은 상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그림이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은 듯 수많은 이야기가 그림 속에 있다. 처음 학교에 간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친구들과 하루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하다. 작가의 작품은 상상의 공간에 있다.
우주로 여행, 이사를 간다. 우주 호텔 어느 방 하나를 예약해 놓고 여행지를 찾아본다. 오래전 먼저 떠나 온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기도 하고 새로 지은 우주정거장이 궁금하기도 하다. 우주 공간 어느 한켠에 기계처럼 배치되어 있을 것 같은 각각의 삶이 보인다. 로봇일까 인간일까. 상상의 그림책은 끝없이 넘어가는데 엄마가 부르는 소리는 기계 소음처럼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그림책 속에 내가 있고 그림 속 주인공이 있다. 이제는 서로가 자신이 누군지를 잊어갈 때다. 상상은 다시 시작되었다.
Good Life(bad memory를 지우는 소프트 메모리 합체 중), Acrylic, 2022
(위) 이 작품을 보자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있다. 그래도 심장은 뛴다. 가상 세계다. 얼굴과 몸은 분리되어 있고 와인잔을 바라보는 눈은 알약으로 표현되었다. 가면으로 가린 얼굴은 드러내면 안 될 악당의 감춰진 모습이다. 불로장생을 탐하는지, 아니면 더 예뻐지는 약을 구하는지, 이 약을 마시면 과거의 시대로 돌아가는지. 로봇에서 심장을 지닌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게 하는지, 머리와 몸이 완벽하게 합체되어 하나의 존재로 완성되는 것인지 궁금증이 몰려온다.
그 결과를 기다리는 마지막 순간의 갈등일까, 망설임일까.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이전의 나의 존재는 사라지고 새로운 나가 탄생한다. 그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인간이 되는 순간 나는 로봇이 아닌 나약한 인간으로 변한다. 그 힘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 순간의 선택에서 갈등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움직이는 심장으로 사랑을 찾을 수 있다면 멋진 삶이 되지 않겠는가. 어찌 선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Good Life, Acrylic, 2022
(위) 꽃을 든 여인이 혼자 와인 잔을 들고 케이크 앞에 서 있다. 완벽한 연출을 통해 분위기는 최고조를 이루었다. 한껏 차려입은 모양으로 보아 중요한 날이다. 발그레한 얼굴빛은 조금 심통해있다. 꽃무늬 원피스가 한껏 부풀어 오른 마음을 대변해 준다. 아직 촛불도 꽃지 않은 케이크로 보아 기다리는 이는 아직 오지 않았는가 보다. 아니 바람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을 위해 꽃과 와인, 그리고 촛불 없는 삼단 케이크를 준비했다. 가장 예쁜 옷으로 차려입고 내 모습에 감탄한다. 오늘은 나의 생일, 스스로 자축하며 맘껏 즐겨보자. 황홀한 나만의 세계에 빠지고 싶다. 네가 안 와도 나 혼자 즐길 거야, 너 같은 건 필요 없어. 행복은 스스로 지킬 때 오는 거야.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해. 나를 위해 축배를 드는 거야.
테이블 장식을 위해 준비한 꽃을 들고, 와인 잔을 채웠다. 자 이제 축배의 시간이다. 세상은 언제나 나를 위해 존재해. 나는 가장 존귀한 존재야. 오늘의 나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나는 나의 인생을 좋아해. 오늘만큼은 나를 위해 세상은 존재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Good! Good!, Acrylic, 2022
(위) 가장 멋진 폼으로 가장 멋진 순간을 만든다.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아름답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다. 담배를 피우는 아이, 약간은 불량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 세대의 생각이다. 담배 피우는 아이는=불량학생이라는 공식 같은 세뇌일까.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이고, 몸에 꽉 끼는 옷을 입고 그러면 불량이라는 단어가 붙여졌다. 멋 부린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뭐가 어때서라고 반항했다.
그림 속 인물은 세상 다 가진 듯 가장 멋진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순간을 누군가 봐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안녕! 어디가.
짝다리 짚고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 담배가 뭐 어때서. 이것도 기호식품이야. 멋이라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 대고 혼자 중얼거려본다. 이 순간만큼은 나보다 멋진 이는 없어. 나와봐.
그의 작품은 자유롭다. 화려한 색상으로 시원시원하게 궁금증을 풀어내고 있다. 4차원의 공상 세계 같기도 하고 지금 나의 모습 같기도 하다. 하나의 작품을 놓고 그냥 바라보는 데로 보이는 데로 즐기는 것, 그것이 작가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언제 어디서나 존중받아야 할 나 자신의 모습이다. 스스로 꺼내어 보여주어야 하는 존재. 베일에 싸인 존재가 바로 나다.
누군가 아이의 그림 같이 그리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던데, 아이 그림 같다. 작가는 정말 순수하겠구나. 젊은 작가일 수도 있겠다. 상상 아닌 추측이 난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