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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Sep 23. 2021

[감상] 일출-신망애, 신동권 작가

원초적 비밀을 벗겨내는 색의 매력에 빠지다.

  

평생을 농부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토마토 한 상자를 보내오셨다. 토마토 섶에서 자연 그대로 익어 빨갛게 빛을 발하는 토마토의 빛에서 아버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보는 듯하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먹는 것에 장난하면 안 된다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우리 집 농산물은 벼, 감자, 고추 할 것 없이 다른 집의 수확량에 반도 안된다.      


이 토마토 농사도 마찬가지다.

투자한 비용이나마 건지면 다행 이리라 자연농법으로 조금 더 편하게 토마토 농사를 하신다고 융자를 받아 수천만 원짜리 비닐하우스를 다시 지었다. 물론 날씨에 따라 물도 자동으로 주고 비닐도 걷어주고 하니 일은 조금 덜었지만 들어가는 비용은 투자비용과 비교하면 훨씬 더 많다.     


소비자가 사서 먹는 토마토는 농가에서 파란 것을 따서 출하 후 이동 과정에서 익어 붉게 변하기에 실제 자연 그대로 익은 것과는 맛에서 천지 차이다.      

가끔 집에 가면 토마토 하우스에서 미처 출하하지 못해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를 따서는 배꼽에 묻은 물기만 닦아 내고 한입 깨물면, 그 맛은 이루 비교할 수 없다. 그런 맛에 길들려 있기에 나는 아직도 슈퍼에서 토마토를 사서 먹어 본 적이 없다.     


매년 이맘때쯤 아버지가 키운 토마토가 익어 가면 그때야 먹는다. 무농약에 갈(가리) 왕산 계곡 물을 이용해 비싼 비용을 투자해 키우지만, 제값을 받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출하가 어려운 빨갛게 익은 토마토는 일부 지인들에게 박스 값에 인건비도 될까 말까 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하고 그래도 남으면 그냥 버리게 된다.      


조금이나마 아버지를 돕는다는 마음에 이곳저곳에 선물도 보내지만 받는 사람들은 그 정성을 알기나 할까. 그냥 단순한 농산물로 생각한다면 아주 적은 값이지만 당신의 건강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값비싼 토마토는 없으리라.      


오늘 아침 손안에 딱 들어오는 자그마한 토마토 하나를 한입에 깨물며 이 기막힌 자연의 보물을 다시 떠올려본다. 먹어보지 않으면 어찌 이 맛을,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점에서는 도시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큰 행복이다.                     



아버지가 기른 토마토는 희망이고 사랑입니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이 토마토를 먹을 사람을 위해  그리고 자식을 위해 짓는 것입니다.     
그 마음에는 아버지의 꿈도 함께 있습니다. 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해 주기를 기대하는 희망과 믿음이 토마토를 키웁니다.  
희망과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 작품이 생각납니다.
태양의 열기로 모든 것을 희망으로 바꾸어 줍니다.





일출- 신망애, 신동권


스스로 빛을 발하고 만물에 생명력을 주는 태양은 어머니요 모태다. 日出-信望愛는 그런 태양의 기운을 내 앞에 끌어다 놓았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고 제목이 주는 것만큼이나 처음 대하는 작품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신동권 화백의 작품 속 태양은 그냥 태양이 아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그러다 사막에서 만난 목마름과 같은 하얀 태양이 되기도 한다. 실제 태양보다 더 태양 같은 모습으로 본질을 탐닉하게 하고 숨이 막히는 뜨거움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출-신망애, 100F, 2013년, 신동권, 개인 소장



내가 기쁨으로 보고, 슬픔에 보고, 힘겨움에 바라보던 태양이자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었던 그 순간의 태양이다. 그러기에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 번 보고 세 번 보았을 때 느낌이 더 좋은,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함께 동행할 수 있을 것 같은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일출이라는 희망을 담고, 그 과정에 잠들어 있는 내면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솟아나게 하는 그런 느낌은 작가의 끊임없는 창작에 대한 열정, 고집이 불태워낸 에너지 덩어리이다. 생명의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이 화폭 속에서는 몸을 지탱하는 영양제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자극하게 한다.      


태양과 함께 작품 속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나무, 역동적인 군무와 여인의 누드, 그리고 야생의 꽃은 내가 말하고 싶은 언어이자 몸짓이 된다. 인간의 욕망을 표현해내는 가장 근본적인 작업이다. 그 언어를 통해 무한한 에너지이자 힘의 근원은 곧 나 자신임을 일깨워준다.      


여기서 역동적인 군상과 여인의 누드는 성스러운 모성을 일깨워주는 작품의 구성 요소가 되고, 각양각색으로 보이는 태양은 그 기운을 드러내는 강한 의지이며 희망의 표현이다. 어머니의 기도 같은 소망, 기원이 담겨있다.     

이야기를 나룰 수 있는 작품, 그것은 꺼지지 않는 에너지의 원천인 작가의 숨결이 보는 이와 함께하기에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그 가치를 작가는 실체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작품의 색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피보다도 더 진하게, 바다보다 더 깊은 색으로, 풀잎보다 더 파란색으로 그것들을 드러내 놓고 있다.    

  


세고비아 알카사르의 일출, 12F, 아크릴, 2019, 신동권



극작가인 김수현 작가는 신동권 화백의 작품에서 '원초의 고향의 향수를 느낀다"라고 했다. 언제나 보고 있지만 바로 바라볼 수 없는 대상, 그러면서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답이 아닐까. 일출-신망애는 가슴 뜨겁게 타오르는 격정이자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내 그림자를 벗어나고픈 욕망에 대한 답이다.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탐구라 할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태양이라는 소재를 통해 원초적 비밀을 벗겨내는 색의 매력에 빠져든다. 풍파가 몰아치는 격랑에, 무미건조해지는 그 순간에 단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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