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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Aug 12. 2022

길 여행, 전영근 작가

길 떠나는 자 행복

여행은 삶의 가장 소중한 스승이다.   

  

공항을 나가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국외여행을 즐기는지 느껴진다. 주차장에 가득 늘어선 차량에서부터, 큰 공항이 가득 찬 것처럼 보일 만큼 북적대는 인파는 정말 대단하다. 그만큼 삶의 여유도 있고, 또 세계가 하나라는 말처럼 국외가 가까워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 때문이기도 하고, 떨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보고 싶었던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마음이야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여행객이 되는 것이다.


여행은 젊었을 때 해야 한다. 돈 모아, 나이 더 들어서, 이런저런 이유를 찾다 보면 영원히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잘못하면 보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는 체력의 한계나 아름다운 곳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믿음에 공항에서 마주치는 어린 학생들, 젊은이들의 모습은 참 부럽다. 부모를 잘 만났건, 자신의 노력과 의지였던 가는 상관없이, 내가 원하면 국외로 유학도 여행도 가능하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때로, 조기 유학과 방학 때면 국외로 연수를 떠나는 아이들을 걱정하지만, 그들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보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런 기우쯤은 떨쳐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며 기회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스스로 체험한 그 모든 것은 자신의 것으로 남는다. 그러기에 여행은 삶에 가장 좋은 스승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늘 훌쩍 떠나보자. 아직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향해, 버스, 열차에 몸을 싣고, 배와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그렇지 않으면 뚜벅뚜벅 두 발로 한 걸음씩 지구를 재면서 말이다. 나는 오늘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훨훨 날개를 펴며 대서양을 횡단하고, 사막의 한가운데서 추위와 더위를 느껴보고, 유람선에 올라 긴 항해를 한다.

여행은 생각이다. 행동이다.


때로는 직접 가지 못한 곳에 그 누군가의 발을 빌리고 머리를 빌려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여행은 느낌이어야 한다.

혼자서 보아야 한다.

여행은 집을 짓기도 하고 부수기도 한다.

여행은 누군가에게 배우고 또 누군가를 가르치기도 하는 삶의 과정이다.         

  

여행은 새로운 만남이다.
쉼 없는 인연은 고리를 형성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형성한다.

여행은 새로운 길을 만든다.
여행은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2014년 전시 엽서


여행.

이렇게 반갑고 들뜨게 만드는 단어가 있을까. 현재의 삶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고 싶은, 그곳에는 자유로운 영혼과 상상하던 세계가 있을 것이다. 누구나 일상의 일탈을 꿈꾸는 자유. 해방. 그것이 여행이다.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옛이야기의 끝에 있는 곳, 동화책 속 신비의 나라, 아름다운 미녀가 사는 마을 이야기. 진실과 상상이 만들었을 지라도 누군가는 만났고, 보았으며, 들었던 이야기 속으로 찾아가는 것은 달콤한 유혹이다.


전영근 작가의 작품은 그런 자유와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여유로움을 담았다. 굽이진 인적 드문 길을 홀로 달리는 풍경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게 하고, 넓은 들판의 풍경을 뒤로하며 달려가는 풍요로움에는 연장자의 넉넉함과 느긋함도 있다.


고개를 넘고 바다를 끼고도는 굽이진 길들은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의 산천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높고 깊은 산과 계곡의 아름다움, 그리고 바다가 주는 평안을 찾는 사람들의 희망찬 여행을 보면서 함께 즐기던 마음을 담았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보게 되는 그 모든 것을 자신을 여행의 주체로 삼아 그 의미를 담았다.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저 풍경 속의 도피처로, 새로운 세상의 끝을 향한 마음처럼 자동차는 짐을 싣고 달리지만, 어느 곳에서는 그 모든 짐을 벗고 한가로이 휴식을 취할 것이다.


꾸미지도 덜어내지도 않은 여행의 의미를 그대로 전해주는 작품은 분명 자신에게 던지는 이야기다. 저 여행의 길목 어디선가 만날 그 모든 것들이 기다려지는 풍경. 내 삶의 새로운 한 부분이 되어 또 다른 인생의 여행을 준비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작품에 드러난 마티에르를 통해 작가는 여행의 의미를 조금 더 보태었다. 굵직한 붓의 느낌을 그대로 드러낸 선과 두터운 터치감은 여행의 즐거움과 여정의 고단함도 함께 드러내 주었다. 보는 이 스스로 편안하면서도 작품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매력은 바로 이 굵직한 붓 터치가 주는 힘이자 매력이다.


어느 날 미칠 듯한 그리움이 밀려들 때, 공허함으로 가슴이 막막할 때, 여행을 떠나보자. 혼자서, 둘이서 아니면 단체로..., 힘들고 지칠 때, 때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작품이 안성맞춤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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