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뿐 아니라 작은 소도시도 변하고 있다. 단층 주택이 사라지고 고층건물이 병풍처럼 주변을 감싼다. 앞으로 보면 건물과 길이 보일 뿐 하늘을 볼 수 없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면 한 평 땅처럼 조그만 하늘이 보인다. 빌딩 숲이다.
산에 오르면 큰 나무에 가리어 하늘을 볼 수 없는데 도시는 콘크리트 건물에 묻혀 하늘을 보기 힘들다. 언덕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면 그 높은 아파트들이 그만그만하게 보인다. 다만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높이 올라가니 높은 곳이 없어진 것이다.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면 이렇게 도시가 훤히 바라다보이는데 사람들은 그 숲에 갇히어 넓은 곳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작은 건물은 시야를 가리지 않고 주변을 보여주니 삶이라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빌딩은 그 모든 것을 막아 버린 장벽이 된 것이다.
바람조차도 가는 길을 막는 빌딩은 사람들의 왕래도 끊어 버렸다. 땅 위의 길은 오직 차량이 다니고 땅속으로 사람들은 차를 몰고 들어가 집으로 들어간다. 하나의 엘리베이터 공간을 통해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가니 주변의 다른 공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독립 아닌 독립이 되었고 공동체라는 삶은 가치를 잃어버렸다. 모든 도시가 이렇게 변하고 있다. 날고 낮은 건물은 헐어 버리고 높은 건물로 공간을 채운다. 그 속에 어떤 삶이 있고 어떤 가치가 있는가는 묻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묵시적 동조를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함께라는 단어를 잊어가고 있다. 개인이 아닌 단체를 강요하던 시절은 아니더라도 함께 하는 마음은 놓지 말아야 하는데 높은 장벽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있다.
도시라는 공간에 들어선 빌딩이 가져다준 편안함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인간이 지녀야 할 가치를 상실하게 하는 공간이 되었다.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공간에서 어찌 바른 마음이 일겠는가. 우리는 가끔 그 빌딩 숲을 벗어나 더 높은 언덕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삶을 가져야 한다. 올려다보는 하늘이 아닌 마주 보는 자연과 하늘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완전하게 각인해야 한다.
빌딩 숲과 함께 다가온 편리한 삶보다 때로는 불편하지만, 좁은 골목길의 흙투성이 길이 더 좋은 것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얻은 것이 있는 만큼 잃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진리. 도심에 피어난 꽃보다 들녘의 꽃이 향기로움은 장소뿐 아니라 그 삶이 달랐기 때문이다.
☞ 도심의 빌딩 숲 벗어나고자 한다면 자연의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