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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Sep 18. 2024

개성 성균관, 오광호(북한) 작가

    추석이 지났는데 한여름의 기온을 보인다. 계절이 격변하고 있다. 그간의 모습은 잊고 환경변화에 맞추어 살아야 할 때에 다다른가 보다. 몸도 마음도 적응이 어려우니 애매한 에어컨만 껐다 켰다한다.


가을다운 그림을 보면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올 단풍을 기다려 본다.


개성 성균관, 약 48호, 오광호(북한),개인소장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에 가면 마음이 중후해진다. 그 시간의 흐름에 묶이어 서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감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축물, 고목에서 느끼는 묵직한 느낌은 시간의 힘이다. 어느 고택에 서 있는 600백 년이 넘는 향나무가 주는 시간의 무게,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소나무, 은행나무, 뽕나무 등 그 세월 속에는 인간의 삶이 같이하고 있다. 고고함의 기상을 간직한 풍경 속에서 긴 역사의 한줄기를 바라본다.


현재의 모습과 다른 그 시간의 흐름 속에 같이 존재했던 사람들의 숨결이 남아있다. 그 기운이 이끄는 힘이야 말로 시간의 축적이 만든 에너지다. 스쳐가듯 지나간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그 존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역사와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듣는다.


오광호 화백의 개성 성균관 開城 成均館 (125cm x 72cm 약 48.1호) 은 가을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풍경 속에서 그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얼마나 긴 세월을 견디어낸 고목일까. 보이는 그 자태에서 이미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위엄을 본다. 그 거대한 고목에서 이제는 싹마저 틔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저 장관을 이룬 채 바닥 가득히 쌓아 놓은 화사한 단풍은 그저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긴 세월의 역사와 그 속에서 견디어온 노련함과 우직함이 묻어있다.


그동안 이곳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몸짓마저 배어 있을 듯한, 그 이야기를 저 물들어진 잎사귀에 실어 쏟아내는 것은 아닐까. 저 거대한 황금의 터널을 그냥 걸어가기에는 너무나 장엄하다. 작가는 개성 성균관의 건물이 아니라 풍경을 통해 성균관이 지닌 시간의 흐름과 의미를 전하고 있다. 긴 역사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서있는 모습을 통해 천연의 시간 흐름 속에 오간 사람들의 모습을 반추해주고 있다. 오늘 내가 본 것을 내일은 누가 보고 있을 것인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는 사람만 바뀔 뿐이다. 그림은 현재의 풍경 같지만 과거의 모습이 압축되어 담겨있다. 그래서 풍경은 더 장엄한 색을 들어낸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오색 물결을 이루며 햇살에 빛을 발하는 단풍은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가기에 충분하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하나가 갈대숲에 그림자를 드리우듯, 가을에 보는 단풍의 물결은 매년 보아 오는 것이지만 언제나 지겹지 않은 우리들의 기쁨이다. 낙엽을 밟고 서 있으면 나도 그 속으로 스며들어 갈 듯한 강렬함에 빠져 들을 듯하지만,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고목에서 익어가는 가을 풍경은 또 다른 멋이자 가을을 알려오는 최고의 선물이다.



*개성 성균관 開城成均館 : 황해북도 개성시 방직동에 있는 고려시대의 교육기관으로 북한의 국보 문화유물 제127호로 지정되어 있다. 992년(고려 성종 11)에 세운 국가 최고 교육기관으로, 현재의 건물은 1602~1610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원래는 고려의 별궁(別宮)인 대명궁이 있던 곳이었는데 유교 경전에 관한 사무를 보는 숭문전 崇文殿으로도 사용되었다가, 1089년에 국자감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특히 고려 말 개혁에 앞장섰던 신진사대부들이 이곳에서 공부하였던 역사적인 곳이다. 조선초에 한양에 성균관을 지으면서 개성 성균관은 향교가 되었으나 그 이름은 그대로 남았다. 현재는 고려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두산백과)


<오광호 작가>

1947년 5월 21일 함경북도 천진시 해방동에서 출생

1975년 평양미술대학 조선화학부 졸업

1975년 이후 백호창작사 미술가

수년간 전문창작기간에서 미술가. 창작부 사장으로 있으면서 우수한 조선화 작품들을 많이 창작.

창작에서 구상이 대담하고 처리에서 박력 있는 필치를 구사.

천재소녀미술가로 널리 알려진 오은별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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