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Aug 08. 2022

다시 비 오는 날, 최윤희 작가

마음 씻기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오색五色의 나무와 빗줄기 그리고 타원을 이룬 물결이다. 그런데 가만히 바라다보면 비 오는 하늘에 오색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다. 아~ 상상想像이다. 즐거운 추억과 소망, 비라는 주제가 주는 약간은 흠뻑 젖은 슬픔 같은 기쁨 속에 메아리치는 물결 파동 같은 흔들림이 있다.


비雨라는 주제는 축축하지만 어쩌면 싱그러움을 간직하기도 한다. 작은 비가 내리면 우산이 필요하지만 큰 비가 내리면 우산보다 그냥 빗속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그 시원함을 몸으로 느끼고 싶은 충동이다. 작품 속에서도 가느다란 빗줄기 속에 갑자기 굵은 비가 내리치는 순간도 있다. 그냥 젖는 것이 아니라 시원하게 씻겨줄 비가 더 반가운 듯 느껴지는 장면이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서 조금은 슬픈 날이 연상된다. 아마도 배경색이 주는 느낌이 아닐까. 비가 오는 순간은 회색이기도 하고 흰색이기도 하기도 하다. 시원한 빗줄기가 씻어주는 감정의 흐름도 담겨있지 않을까. '다시 비 오는 날'이라는 주제 속에 작품엔 서로 다른 감정을 실었다. 어느 날 비 온 후의 무지갯빛으로 밝게 드러낸 감정선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후드득 쏟아지는 빗줄기를 통해 강하게 자극받 굵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비는 매우 일상적이고 단순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사람들의 숨결은 저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두들겨 버렸다. 전시장은 빗소리 가득하다. 장마 속의 빗줄기처럼 시원하게 내리기도 하고 가랑비처럼 소리 없이 대지를 적시는 곳도 있다.


그 빗줄기로 나무는 생명의 힘을 얻는다. 오색 빛을 감싸고 자라난다. 작가는 나무의 생명을 오색으로 표현했다. 한복 천으로 그 생명을 나타내며 그림의 중심축으로 삼았다. 비라는 감정선의 무거움을 밝은 색동천을 사용한 나무의 표현으로 대비를 삼았다. 어쩌면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자신이 아팠던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작업을 하며 이겨낸 그 마음을 비라는 소재를 통해 밖으로 끌어냈다. 평면과 입체의 부조를 통해 작품에 활기를 심었다.


전시장의 작품 배치도 액자 소재에 따라 설치된 느낌이 재미있다. 작가는 계속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여러 종류의 액자를 사용하여 자신의 작품에 맞는 것을 찾고 인의 위치에도 변화를 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보였다. 작품의 완성을 전시를 통해 검증하는 듯하다. 멋진 생각이다. 자신 스스로 바라본 것과 관객의 시각을 통해 더 검증된 절차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전시 작품


가장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나뭇가지를 두드리며 내리는 비를 표한 작품이다. 흐드러진 나뭇가지를 통해 떨어지는 빗방울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며 마음속 갈증을 씻겨주는 느낌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난 재료와 표현은 아주 적절하게 나타났다. 간결하면서도 색감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비와 인간의 감정선, 그리고 그 관계를 정의하는 압축된 시詩처럼 그의 그림은 시詩를 쓰게 만든다. 그의 그림은 한 줄 시詩와 같다. 아니면 그녀의 시를 그림으로 드러냈던가. 그림을 알아가고 작가를 알아감은 그래서 더 즐거운가보다.


가뭄의 단비, 비는 희망이다.



* 20220803 아트버스카프 전시를 보고



매거진의 이전글 영생, 그리고 노래, 양계탁 작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