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Oct 17. 2022

비구상 작품이 좋은 이유

정답 없는 예술이기에

예술 작품을 보면서 어느 순간 내 취향이 이런 것인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오랫동안 보아도 질리지 않으며 즐거운 작품이다. 특정한 작가의 작품만 좋은 것이 아니라 어느 유형이 그렇게 다가온다.


깨끗하고 맑은 느낌의 작품 또는 선이 굵직한 작품, 따뜻한 느낌, 예쁜 것 등에 자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 있다. 구상 작품의 경우에는 사물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다른 작품과 비교하여 보거나 하는 반면, 비구상非具象 작품은 아무리 봐도 형상이 불확실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기에 어쩌면 구상보다 감상하기가 더 좋다.


즉,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그것 자체가 그냥 작품의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나타냈던 그것은 실체가 불확실한 내면의 이야기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편안하고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그와 반대로 비구상은 어렵고 구상은 감상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나니 예술이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비구상을 쉽다고 표현하는 것은 소위 작품에 대해 작가도 모르고 관람자도 모르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모르는 것에 대해 정답이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생각하는 그것 자체가 작품의 의미가 된다. 해석에 따라 작품은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품은 가장 친근하게 작가의 기氣로 소통한다. 작품의 흐름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느끼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통해 우주宇宙의 기氣를 받는다. 그 기氣가 서로 통할 때 관객에게는 좋은 작품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끌림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궁합이 맞는 작품일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맞잡았을 때 짜릿하게 느껴지는 그런 감정 같은 것일까.   


그것이 재미다. 비구상은 예쁘면 예쁜데로, 난해하면 난해한 데로 바라보며 즐기는 것, 구도와 색감 등 그 다양한 요소를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것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누리면 된다.


일상 속에서 눈에 익은 것들을 표현한 구상 작품들은 쉬운 것 같으면서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실체를 통해 작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구상 같은 비구상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해석의 여지를 두었지만 전혀 다른 숨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에 잘잘못을 지적질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정답이 없는 것이 예술이다. 내가 하는 행위 자체가 정답이 될 수 있다.  작품을 대할 때마다 스스로 충분히 즐기는 것만으로 나는 이미 작품을 이해했다고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멍 때리고 싶을 때 그림을 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