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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Oct 14. 2022

멍 때리고 싶을 때 그림을 보자.

비우는 법

사회가 빠르게 변해갈수록 사람들의 삶은 힘들다고 한다. 크고 작은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 놓고 있는 삶이 더 길어진다. 인과 관계로 묶어 버린 동아줄이다. 그것은 어느 순간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삶의 사회관계망은 너무 촘촘하다.  혼자 있을 여유가 없다. 항상 자신보다 주변을 의식해야 하고 그 관계가 우선시된다. 인간관계를 벗어나 오롯이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몸도 마음도 생채기로 아픔 가득한 곳을 스스로 어루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가끔 자신을 내려놓는 방법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을 내려놓고 가끔은 멍하니 비움을 생각해보자. 물 멍, 불 멍, 그림 멍 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좇지 않는 여유로움도 필요하다.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는 짧은 시간 동안 행복하다고 한다.


힘들고 지칠 때 그림 앞에 서보자.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시름을 잊게 될 것이다. 작가의 에너지를 공유하는 순간 시름을 놓게 될 것이다. 깊은 상념에 빠지는 시간만큼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림이 간직한 색을 보고 선을 보고 그 속의 내용을 따라 이야기 숲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생각 없이 이끌리듯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오롯이 내려놓을 수 있다. 그것이 그림을 보며 자신을 잊어버리는 방법이다.


그림 속의 이야기를 쫓는다는 것은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질문하고 답하면서 그 속에서 주제의 흐름에 맡겨보는 것이다. 궁금증도 생각도 가질 필요가 없다. 작가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어느덧 처음 내가 서 있던 곳에 새로운 사람처럼 서 있을 것이다. 그것이 찰나의 순간이던 아주 긴 시간이던 그 시간은 비워진 것이다.


그림속 공간은 아무리 많은 사람이 함께 들어가도 상관없다. 각자의 사람들이 걷는 길은 미로와 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다. 그 여행의 길잡이는 본인이 되기도 하고 작가가 되기도 하고 그림 속의 어느 것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주머니 가득 채워둔 물건들을 하나둘씩 내려놓는 것이다. 걸음에 필요 없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나중에는 꼭 필요한 하나만 남아 있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지 않겠는가.



* 대문사진; 춘천 에코어트페어 제로섬씽 학생 콜라보 작품, 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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