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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Sep 27. 2022

명화 속 책 읽는 여인

같은 모습 다른 느낌

작품 1

1880/81, Woman Reading, Édouard Manet


그림 속의 아름다운 여인이 멋진 공간에서 우아한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다. 지적인 모습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이  작품의 제목이 독서하는 여인이다. 마네가 죽기 불과 몇 년 전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너무 격식을 차린 느낌이 든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설혹, 누군가 지켜보는 이를 위해 거짓으로 책을 보는 척하는 느낌 같은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책을 보는 여인인데 주변의 풍경과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여인의 우측 테이블에는 맥주잔이 놓여있다. 두꺼운 옷과 장갑을 끼고 있는 분위기는 가을이나 겨울 같은 의상으로 보인다. 책은 나무틀로 되어 있다. 더욱이 책을 잡고 있는 왼손의 위치가 책 아래쪽을 잡고 있고, 오른손에는 다른 것이 들려있는 것 같다.  더욱이 책 위쪽 부분에 눈길이 가있어 매우 불안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인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뒷 배경이 된 풍경은 봄 또는 여름의 기운을 간직한 듯 푸르고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이것은 결국 연출된 이미지 이던가 아니면 작가가 상상해서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품 2

1878/79년, On a Balcony, Mary Cassatt


장미가 활짝 핀 정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여인.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대어 앉은 여인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아침 햇살을 받는 듯 화사한 옷차림은 정원의 풍경과 동화되어 있는 듯 자연스럽다. 손에 든 신문은 이미 전체를 한번 흩어 본 듯 앞면을 읽고 다음 부분을 읽을 곳에 손이 가있다.


신문을 읽는 정원은 아늑한 개인 공간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사색할 수 있는 시간, 여유로운 시간을 표현하고 있다. 그 공간에서 여인은 세상의 모습을 탐색한다. 사회에 대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낸 것일까. 신문은 가장 빠른 소식이자 생활의 여유가 있는 상류층일 것이라는 것이다.


집에 있지만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그 변화에 적응하며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을 표현했을 것 같다.





작품 3

1836, Young Clergyman Reading, Martin Rørbye


젊은 여인의 우아한 독서와는 다르게 젊은 성직자의 책을 읽는 모습은 잠시 휴식의 시간 같은 느낌을 준다. 정리되지 않은 침대에 기대어 서서 책을 읽는 성직자의 모습은 편안해 보인다. 성경의 한 구절을 찾아 읽고 있는가 보다. 앉을 여유 없이 잠깐의 시간 동안 펼쳐 든 느낌의 여유로움이 주는 분위기가 좋다.


창밖의 풍경을 보니 드문드문 있는 시골의 어느 집 같다. 의복은 진흙투성이다. 젊은 성직자는 흙길을 서슴없이 걸어 다닌듯하다. 멋진 모습을 위한 그림이 아닌 성직자의 하루를 표현하고 싶었는가  보다. 지저분한 주변 환경에 더럽혀진 성직자의 의복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하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방향은 조금씩 다른 듯 생각된다. 위의 두 여성 작품은 모두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돋보이게 하여 상류사회의 화려한 모습을 드러나게 하고 있다.


Manet는 고급스러운 특정 장소에서 여성을 강렬하게 더 돋보이게 표현한 반면, Cassatt은 정원이라는 자연스러운 공간의 조화를 통해 여인을 부드럽고 우아하게 드러내 보였다. 책 읽는 여성을 통해 상류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Rørbye의 작품은 사실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성직자의 순수한 모습을 더 자세하게 드러냈다고 할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성직자의 고귀함과 희생정신을 더 돋보이게 한다. 당시에 여유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은 이미 상류사회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는 책을 읽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위인전偉人傳 같은 전집全集은 외울 정도로 읽었다. 나중에 책에 대한 욕심을 많이 내어 주로 구입해서 읽었던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한 번 보고 또 보아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다. 깊이 빠져 주변의 상황과 아랑곳없이 열중할 수 있는 즐거움을 가졌기 때문이다. 읽는다는 것은 곧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도 같이 자란다. 명화 속의 독서 모습을 보면서 각자 다른 세계에 빠져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 시카고 미술관 컬렉션 사진 및 설명 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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