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Sep 26. 2022

패랭이 꽃, 이석보 작가

가을꽃이라는 이름


어제 보지 못한 들꽃이 보고 싶다면
한 아름 가득 들판 전체를 옮겨다 놓은 화사한 꽃바구니 그림을 보자


패랭이꽃, 6F, 2014년, 이석보, 개인 소장


패랭이꽃이 찌그러진 깡통에 가득히 심겨있다.

뿔뿔이 흩어져 자라던 패랭이꽃을 한 곳에 모으니 그 빛이 여간 아니다.

붉고 핑크 빛이 감도는 색감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한여름의 태양 빛을 그대로 전한다.


오뉴월 뜨거운 햇살을 받아 자라나는 패랭이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더 화사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마음속 그리움과 같아서일 것이다.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꽃이지만 다가가기에는 너무나 먼 곳에 있기에

한 줌 작은 꽃송이가 더 크게 느껴지듯

한 무더기 꽃에서 들판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 손길을 거쳐 내 앞에 성큼 다가온 꽃은 자연을 거슬러 피어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녹이 쓸고 깨어진 깡통에 패랭이꽃을 심었을 보이지 않는 주인의 풍모까지 작가는 전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 화면 가득히 담아내는 작가의 노력을

보는 이는 함께 느끼며 그 속으로 빠져든다.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한 마리 벌이 날아들 듯 한 향기로움과

풍성함이 주는 여유.

그것이 아름답다.


매거진의 이전글 飛翔(비상), 흑태양, 추연근 작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