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대지의 모습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아도 좋을 것이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그 마지막 걸음에서 잠깐동안 빛을 발하며 주변을 온통 아름답게 채색한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보는 석양이 다르고 산에서 보는 석양이 다른 것은 그 주변의 풍경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품은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Grand Canyon National Park에서 바라본 일몰이다. 작가가 느낀 그 감정의 순간이 그대로 전해 오는 것이 느껴진다. 태양과 대지의 협곡을 같은 색으로 해서 그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주변의 색을 부드럽게 함으로써 태양이 주는 그 황홀한 순간만을 남겼다. 일몰이 이루어지기 전에 바라다본 그랜드 캐니언의 광활한 대지에서 느껸던 감정이 붉은빛의 태양을 통해 확실한 인상을 남겨 놓은 것이다.
아마도 사진이었다면 이런 느낌이 올 수 없을 것이다. 작가가 느낀 그 순간의 감정을 알짜만 쏙 빼내어 보여주기에 이 느낌은 고스란히 작가와 함께 했다는 감정을 불러온다. 화면 가득히 채운 태양은 이미 가슴속에 가득한 태양을 의미하고 바위 기둥처럼 솟은 협곡의 풍경은 그 빛을 반사하는 훌륭한 거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저 멀리 약간의 구릉처럼 보이는 협곡의 끝마저도 온통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갈 수밖에 없는 자연의 경이로운 순간이다.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게 표현해내는 작품 속 구도와 사물의 배치가 주는 느낌이 좋다. 거기에 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독특한 표현 방법으로 인해 작품은 조금 더 신비감을 갖게 하는 특성이 있다. 칼끝으로 찍어낸 짧은 선의 흔적들은 작품에 신비감을 더해준다. 이 작품 또한 태양과 풍경 속의 이미지가 단순하지 않고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선의 찍힘이다.
그녀의 작품을 가까이 바라보고 있으면 색의 조화가 주는 변화에 감탄한다. 같은 색인 듯한데 조금 더 신경 써서 보면 색변화가 있다 거기에 나이프 찍어내서 만들어낸 수많은 선은 과학적이고 기계적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정교하다. 선의 각도에서 부터 색감 그리고 간격까지 말이다. 얼마나 세심한 주의가 있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 감동이 있기에 작품은 더 인상적이다.
여행을 통해 얻은 감성을 그림으로 남긴 이 작품은 바로 같은 자연을 바라보면서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누구에게는 그 광활한 대지가 남을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한순간 사라진 태양의 마지막 모습이 더 강하게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먼 길의 여행을 직접 떠나지 않아도 작가의 시선을 통해 그 대지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감정의 공유를 통한 교류다.
* 사진 : 작가 페북에서 가져옴
*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으로 깎여 있는 그랜드 캐니언은 깊이가 약 1,500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협곡이다. 애리조나 주에 있으며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을 가로지른다. 그랜드캐니언의 수평 단층은 20억 년 전 과거의 지질학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에서는 또한 선사 시대부터 가혹한 환경에 적응해 온 인간의 역사도 추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