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같을까 다를까.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본 것이 다른 것은 그 풍경을 통해 받아들이는 감정의 굴곡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풍경도 다른이에게는 무의미한 그냥 지나가는 풍경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보고자 하는 의지 느끼고자 하는 감성의 변화가 일으키는 조화다.
이 작품 <산타페이 빌리지>는 작가가 여행 중 만난 풍경 중 하나다. 짚과 진흙으로 만든 벽돌모양의 어도비 건축양식이 주는 건물 풍경을 담았다. 황톳빛으로 빛나는 대부분의 집이주는 정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마도 그곳에서 본 수많은 풍경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작가의 감성도 함께 담겨있다. 작품은 산타페이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묘사했다. 작품을 보는 이가 한 번쯤 가보고 싶어질 만큼 그 느낌이 충만하다.
언덕길로 오르는 길목의 양쪽에는 다양한 집들이 즐비하다. 언덕과 조화를 이루는 집의 구조와 창문,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국적이면서도 전혀 낯설 않은 친근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황톳빛 건물이 주는 편안함 같은 분위기 그리고 언덕을 오르는 길가의 풍경이주는 이미지는 오랫동안 각인되었다.
작가는 건물과 언덕 그리고 하늘의 파란 구름이 대조를 이루는 풍경을 가장 이국적인 산타페이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 속에 남겨놓은 것이다. 작품은 그 기억의 부분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작품이 주는 느낌은 작가의 독특한 사물 표현기법에 의해 더 독특한 감정을 일으킨다. 신비감을 주는 표현기법은 작품의 시선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부드러운 붓질의 느낌이 아니라 무수한 선을 통해 사물을 드러내 보는 듯한 느낌은 풍경의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저 건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전해 오는 듯하다. 앞집 옆집에 사는 사람들이 길을 걷는 동안 다가와 말을 걸어줄 것 같다. 그림 중앙에 전통 복장의 인물하나가 그런 심증을 굳게 만들고 있다. 현대사회의 찌든 삶이 아닌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울리는 풍경이다.
아래 작품은 작가가 나주를 여행하면서 본 풍경이다. 골목길 언덕으로 오르는 구간을 묘사했는데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담장에 흘러내리는 화초와 나무, 길목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는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리는 생명의 표현이다. 얼기설기 드리워진 전선줄 위에는 까지 세 마리가 앉아 있다. 낯선 방문자를 손님처럼 반기는 마음처럼 여유로움이 있다.
이렇듯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 속 풍경은 여운이 있다. 관객이 직접 가보지 않아도 그 느낌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여운이다. 어느 날 낯선 곳으로 여행에서 얻는 기쁨이다. 작가가 느꼈던 풍경 속의 따뜻함을 화면으로 풀어낸다.
이런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언젠가 골목길을 누비며 그 신기한 느낌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필름을 몇 통씩 갈아 끼우면서 사진을 찍던 시기가 떠오른다. 아무리 찍어도 당시에 보면서 느꼈던 그 풍경의 느낌을 담아낼 수 없음에 한숨만 쉬다가 어느 날 맘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건졌을 때의 기쁨이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런 감정이 온다. 작가가 본 풍경의 느낌 그 감정에 스며든 의미를 작품 속에 녹여낸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 사진 ; 작가 페북에서 가져옴
*산타페이 Santa Fe ; 뉴멕시코주 중북부 샌타페이군(郡)의 군청소재지로서 로키산맥 남동단의 상그레데크리스토산맥 기슭에 위치한 해발고도 2,100m의 아름다운 고원도시이다. 라스베이거스 서쪽 64km 지점으로, 페이커스강(江) 상류와 리오그란데강(江)을 끼고 있으며,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