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행동이 당연한 것이 된 순간 당황하면서도 끝없이 빠져드는 습관이 되었다. 휴일 아침에는 집에서 커피를 내린다. 오늘도 나는 커피머신의 버튼을 누른다. 아메리카노 한잔. 어느 날은 알갱이를 갈아 커피를 마신다. 더 좋은 듯한 기분이 든다. 왜 그러는 것일까? 생각해본 적 없는 행동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처럼 커피를 갈고 있다.
이 작품은 커피 기계에 알갱이를 가는 모습이다. 너무 큰 기계이기에 매달려 있다. 언 듯 커피를 가는 것이 아니라 커피 기계에 매달려 장난치는 듯이 보인다. 소인국에서 기계를 작동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저 정도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목각인형은 지친 기색이 없다. 금방 커피가루가 쏟아져 나올듯하다. 작품은 정교하고 세밀하다. 조금만 떨어져 보면 사진을 찍은듯한 정교함이 느껴져 놀라게 된다. 세필로 미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표현했다.
작가의 작품 속 목각인형은 다양한 행동을 한다. 그 행동에는 우리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책을 읽고, 과일을 깎고, 커피 믹서기를 돌리는, 그 행동은 현시대의 흐름을 나타냄과 동시에 조금은 부조리하고 어처구니없는 생활에 대한 반감 같은 기질이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런 목각인형이 좋다. 직접적인 인간의 모습보다 목각인형을 내세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장애물이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스꽝스러운 행동조차도 웃음으로 넘겨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한다면 좋은 시선으로 보아줄까?
아이 모습과 같은 거칠 것 없는 목각인형은 작가의 심경을 대변하는 아바타 이겠다. 보는 관객의 시선과 마음마저도 함께 빼앗아 간다. 이 작품을 보면서 생각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나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저 목각인형처럼 그 일에 모든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연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무언가를 위해 해야만 하는 행동이었을까? 저 커피통 하나를 통해 수많은 추측과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목각인형은 보는 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