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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Dec 25. 2022

멋쟁이 선물, 최경자 작가

그대에게

화려한 의상을 입고 대를 워킹하는 패션모델을 보면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멋있다. 그의 몸에 걸친 모든 의상이 화려한 외출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움직임 속에 관객은 아름다운 미를 탐구한다. 한 번도 그 멋진 모델의 워킹을 현장에서 직접 본 적은 없다. 영상을 통해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는 아름다움이다. 패션무대는 옷이 주인공이지만 모델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디자이너의 명성과 모델의 인기가 조화를 이룰때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선물 2023, 2022년

최경자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런 모델이 생각난다. 그 화려함의 날개를 펼친, 비상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도 작가가 패션디자이너 였었다는 사실에서 보이는 각인된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작품 속 여인은 당당하고 화려하다. 키가 크 가느다란 모습은 영상 속 모델을 연상시킨다. 더욱이 주인공의 길죽이 목을 빼어 올린 모습은 가공의 인물임을 보여주면서 현실 속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닮았다.


그런 모습에서 작품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단순하게 표현되는 작품 속 이미지는 주체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관람객을 끌러 당기는 매력을 지녔다. 시각적인 자극이다. 이것도 아마 디자인적 시각의 압축된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의 매력일것이다.


두 작품은 '2022년 아트버스카프의 연말 선물전'에 나온 작품이다. 첫 작품은 제목이 <선물 2023>이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새해 색동저고리 꼬까옷을 입은 아이가 토끼를 선물로 들고 있다.  배경이 된 뒤쪽 창문 너머는 넓은 들판에서 토끼가 풀을 뜯고 있다.


몇 년 동안 갇혀 지내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듯한 작품이다. 새해에는 토끼처럼 넓은 들판을 자유로이 뛰어다니며 자신의 활력을 찾기를 바라는 의미다. 토끼는 집인 토굴을 만들어도 여러 개를 만들어 항상 위험에 대비하는 지혜를 가졌다고 한다. 토끼는 상상 속의 동물이 되기도 하고 동화 속 꾀주머니의 상징이다. 그만큼 친숙하고 가까이 있다.


작가의 그림이 주는 의미처럼 새해에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면서 세상을 밝게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그런 의미에서 교육이기도 하고 희망의 끈이 되기도 한다. 삶의 의미를 알려준다.

 



또 다른 아래 작품은 멋쟁이 아가씨가 쇼핑을 한껏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양손에 가득한 쇼핑백이 무거워 보이지도 않는 듯 아직도 한 손에는 카드를 들고 있다. 연말 세일 기간을 통해 그동안 갖고 싶었던 쇼핑목록을 찾아다니는 듯하다. 누군가 옆에서 너무 많이 사는 게 아니냐고 묻는 듯 한 손을 입술에 대어 조용히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사면 혼날 것을 염두에 둔 것인가 아니면 다음 목록을 찾아가자고 하는 행위일까. 그녀의 표정에선 아직도 부족함이 느껴진다.


쉿 2103, 2022년, 45.5*38

그런데 의문은 작품의 제목에 있다. <쉿 2103>은 무슨 의미일까. 위쪽의 작품처럼 새해를 알리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그녀의 손끝이 입술에 닿아있는 몸짓에 답이 있는 듯하다. 오늘 맘껏 쇼핑을 통해 한 해 동안 나에게 부족했던 것을 보상하는 행위는 누가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위해 버티고 버틴 직장생활, 이것을 통해 새해에도 나는 새로운 각오로 직장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한도액까지 가득 채워서 쓰고 싶은 욕구, 그것은 삶의 표현이다.


작가의 작품은 이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하기에 더 반갑고 쉽게 다가간다. 선명한 작품 속 대상의 표현과 원색의 색감이 주는 밝은 이미지가 좋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시원하게 풀어보는 시간이 되는 것도 작품이 더 반갑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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