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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Feb 02. 2023

청색 자연, 조광기 작가

파란색의 반란

청색(Blue 靑色)은 강열하다. 밝고 선명한 푸른색이 주는 경쾌함과 함께  깊은 우물에 빠진 파란색 하늘처럼 깊이를 모르게 하기도 한다. 그런 청색을 사용하여 표현한 자연은 더 깊고 깊다. 너무 깊어 빠지면 나올 수 없는 미지의 계곡 같다. 한마디로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그 강열함은 태양과 반대로 깊은 심연을 느끼게 한다.

장전리폭포 2, 91*72센티, 혼합재료, 2022

조광기 작가의 청색 작품은 달빛 아래 풍경이다. 아마도 만월滿月-둥근달에 비치는 깊은 산과 계곡의 풍경 그리고 그 속의 나무와 돌까지 강렬하게 다가오는 심상心像을 나타낸 것 같다. 그래서 더 웅장하고 더 굳건하고 더 활력 넘치는 기운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작품 '장전리 폭포 2'는 깊은 계곡에 흘러내리는 폭포 모습이다. 아마도 강원도 정선과 평창 경계에 있는 장전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리왕산(1561미터)이라는 큰 산줄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맑고 시원하다. 산이 높으니 계곡도 깊고 수림이 울창하다.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물줄기는 오대천으로 흘러들기까지 긴 줄기를 타고 흐른다.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며 풍경을 만든다. 작가는 그런 깊은 심산의 폭포를 담았다.

  

아주 작은 폭포를 크게 나타내었든, 커다란 폭포를 화폭에 담았던 그 느낌은 크고 웅장하다. 조용한 달밤에 흘러내리는 폭포수 소리는 얼마나 요란할 것인가. 명창이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뽑아내도 그 소리를 이기지 못하듯이 그 광대함은 모든 것을 삼키고 남음이다. 그런 폭포가 하나의 화면에 가득하니 들어섰다.


청색 풍경은 모든 것을 잠들게 할 정도로 묵직하고 강압적이다. 하얀 물줄기가 그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모습은 마치 그 고요의 정적을 뚫어 버리겠다는 심정이 아닐까. 청색과 대비되어 더욱 하얗게 빛나는 물줄기는 이미 살아있는 생명체다. 힘찬 울림으로 살아있음을 알리고 조용히 흘러갈지언정, 이미 한번 웅크리게 한 정적은 쉽게 깰 수 있는 것이 없다.


작가가 표현하는 청색은 모든 것을 잠재우는 색이다. 푸른 하늘, 파란 바다가 아니라 적막을 감싸 않은 달빛 아래의 고요다. 아니 한낮에 머금은 푸른 하늘이 달빛에 더욱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런 색이다. 왜 작가는 이런 색을 썼을까. 강렬함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한다. 어느 누가 저 푸른 밤기운을 품어 안을 수 있을까. 시리도록 푸른 청색의 풍경에 깊은 곳에 잠든 의식이 깨어난다.


어느 날 문득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작품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이지만 어디선가 보는 이가 있는 그런 광경, 내 마음의 깊은 곳까지 스스럼없이 다가와 어루만져 줄 것 같다. 달빛에 스며든 그림자 마냥 내 가슴 저 깊은 곳까지 짙은 청색 물감이 칠해질 것 같다.



* 사진은 작가 페북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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