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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Feb 06. 2023

가족, 최영림 작가

가족, 67*49.5, 종이채색, 개인소장

최영림 작가 작품을 보면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천진난만(天眞爛漫)한 모습이기도 하고 남녀의 사랑 행위를 묘사한 듯한 느낌도 든다.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드러낸 작품 속 해학적인 이미지는 정겨움을 더한다. 어느 것을 상상하든 그 속에는 따뜻한 사랑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도 화면을 가득 채운 동글동글한 형상에서부터 색감이 주는 느낌은 평안한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추상과 반추상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작품은 인물의 묘사에 있어서 각진 곳이 없다. 신체의 제대로 된 구성비가 없이 늘어지고 둥글게 튀어나오고 그러면서 화면 가득히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것이 주는 느낌이 어쩌면 더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선을 생각하게 아닌지 모르겠다.


피카소의 작품처럼 인체를 분해하고 수직으로 잘라내어 드러냈다면 아름다움 보다는 해부학적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작가의 작품에 있어 둥글고 자유로이 흘러간 곡선이야 말로 정점이다. 곡선은 가족이라는 제목에서 주는 의미만큼 부드럽고 포용하며 전체를 하나의 울타리에 감싸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다.


소위 한국적인 정서나 곡선의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고 하면 과장된 것일까. 이 작품에서 선명하지는 않지만 둥글둥글하게 표현된 신체는 풍부하고 튼튼한 자태를 드러낸다. 드러날 곳은 드러나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탄력 있는 생명력 넘치는 신체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연 그대로의 인체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하는 상상 속의 신체 조건이 자유로이 반영되었다. 아마도 늘어지고 주름진 인간의 모습이 아닌 언제나 젊고 강렬한 힘을 지닌 아름다움의 인체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원시적 사회의 다산을 기원하던 풍성한 모체의 모습이기도 하고 가장 활기차고 생명력 넘치는 젊음의 상징이기도 하지 않을까.


문득 벽화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런 작품을 보면 자유로운 아이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붓 가는 데로, 그리고 싶은 데로 그리는 작가의 해학적 웃음이 녹아 있다. 작가는 어떤 인물을 그리고 싶었을까? 수많은 작가들이 그려내는 인물의 표정이 아닌 실루엣처럼 드러난 그 선의 의미는 무엇일까. 물감이 입혀진 짙은 작품보다 더 강렬하고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아마도 가족의 의미,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잊을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소중한 것으로 간직된 가족이다. 그리움의 한편에 남아 있는 감정이 묻어있다. 영원히 행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내 가족. 그것은 꿈이자 소망이다. 작품에서 눈길을 떼는 순간에 다가오는 그 실루엣은 결국 사랑이라고 하겠다.


* 2014년 블로그 글 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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