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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l 24. 2023

내면의 시각적 표현, 손다현 작가

무지개를 잡았는가.

우리, 90.9*72.7, 2022년,  유화, 전시장 작품 촬영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감정의 변화가 많은 것이다. 어느 날은 단단하고 어느 날은 물렁하고, 어느 때는 당기면 당기는 데로 끌려오고, 어느 때는 손에 잡을 곳이 없을 만큼 반들반들하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그것을 다루는 연습이 필요하다. 색깔도 맛도 보이지도 않는 그것이 주는 것은 무한하다. 전시장에 들렸다 작품을 보다가 물체를 의인화한 작품이 시야에 들어왔다. 무엇을 표현하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울렁이는 듯한 색감이 주는 감각도 있다. 처음 보는 작가의 이름 속에 아직 젊은 작가일 것 같은 느낌 하나만으로 작품은 젊은이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시 작품 제목에서 드러나는 <우리, 연대, 함께, 공존, 마음의 미로>등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관계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지키고자 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싸여서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기대고 의지 할 수 있는 존재는 한정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고민은 거기서 시작된다. 자신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상 같은 현실의 것들이지만 결코 쉽게 흘릴 수 없는 고민이다.


그의 작품 모습은 투명하면서도 불투명하다. 어쩌면 완벽한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거나 형태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미완의 모습이 바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다. 모든 것이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는 허상과도 같이 잡을 수 없는 존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결속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혼자가 아닌 타인과 관계 속에 내 존재가 부각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의무 같은 무담감이다. 그런 마음이 깊어 갈수록 자신을 알 수 없게 되고 마음은 점점 더 미로를 헤매고 있게 될 것이다.


젊기에 가능하고 젊기에 한 번 더 그 갈등과 고민에 휩싸이는 폭풍의 시간도 견디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폭풍 앞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표현하는 갈등과 고민은 형상이 없다. 그런고로 그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존재의 표현을 물과 같은 투명의 흐름으로 나타 내었다. 진실 이것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마음이다.  감정의 변화를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내고 그 내면의 의식을 색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파란색은 냉정한 자신의 판단을 되새겨보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고 노란색과 붉은빛 색감은 가라앉지 않는 격한 마음의 움직임을 드러내 보고 싶은 것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관객은 그 모양과 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관점에 놓이게 된다. 작가가 붙여준 제목처럼 물성은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런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작가의 마음 같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살아가며 평생 지속될 외로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버틸 수 있는 이상적인 마음의 강도, 그리고 투명하지만 왜곡된 사람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작가의 작품이 조금 더 성숙해 가면서 그의 작품 속 감정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궁금해진다. 흐물거리는 물체의 물성처럼 작가의 작품 변화도 흘러갈까. 마음은 깊고 흐르는 것이라서 어디에 멈출 줄 모른다. 작가는 그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쫓아갈 것인가. 관객은 작품을 보면서 내 마음의 갈등을 이렇게 만들어 보고 저렇게 부셔보면서 작품을 즐길 것이다. 그것이 작가가 의도하는 마음의 모습일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저 그림자 같은 마음의 표현이 주는 의미를  느껴본다. 고민 가진 모든 이들에게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는 안내자가 되면 좋겠다.


* 20230722 아트페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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