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 슬픔이다. 잊은 것도 찾아서 즐겨야 하는 마당에 수십 년간 이어져온 축제나 문화행사들도 어느 날 사라지거나 운영의 위태로움에 축소되고 겨우 명맥을 유지하듯 지속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화예술은 삶의 즐거움과 의욕을 준다. 작은 공간에 모여 음악만 있어도 어깨를 들썩이고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우리는 쉽게 본다. 그 본능을 감추고 있을 뿐 드러낼 기회가 주어지면 빛을 발한다.
그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즐기게 만들어주는 것이 이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노래실력을 뽐내는 일반 참가자들의 TV 경연프로그램에서부터 전국노래자랑 등 저 숨은 실력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놀라울 뿐이다. 얼마 전 관광지 행사 홍보의 하나로 댄스 챌린지가 열리는 것을 보았다. 음악을 듣고 제목을 맞추는 행사에 한 소절도 아닌 음 하나만 듣고도 어느 노래인지 맞추고 춤을 추며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놀러 나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벤트 행사에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에서 흥이 넘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화예술은 일상 속에 있으나 이를 드러내는 행위가 빈약했던 것이 그간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느 전시회 음악회 공연을 가더라도 관심 가득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르기 때문이고 알아도 너무 경직되어 있다. 나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분위기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4년마다 바뀌는 정치의 실험? 에 가장 큰 피해자는 주민이다. 주민을 위한 정치가 때로는 주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잘해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꺼내 들고 불편하게 한다. 수 십 년 된 문화행사가 하루아침에 예산낭비라는 죄를 뒤집에 쓰고 사라진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오늘 우리는 우리가 가꾸고 있는 것들이 몇십 년 아니 수백 년을 바라보고 하는 일인가 하는 문제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몇 년도 가지 못하는 문화예술이라면 문제가 있다. 수십 년을 이어온 행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우리의 역사가 사라지고 우리의 의지가 사라지는 것이며 우리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이다. 잊혀가는 옛것을 되살리는 작업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들의 조화로운 발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느 누구 한 사람에 의해 사라질 것이 아니라 행사의 폐지 시에는 주민 동의를 얻도록 하는 제한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주관의 축제에서 주민주도로 바뀌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의 독립이 중요한 이유다. 4년의 정치가가 사라지게 만든 문화예술은 결코 회복할 수 없는 가치다. 그것을 지키는 것도 주민의 의무다. 시작하면 100년은 가는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2023년 8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