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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Sep 09. 2023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공감

공감하는 능력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 일수도 있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오늘 내가 겪는 감정의 기복 또한 어느 순간 무엇인가로 풀어야 할 과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의 음악, 어느 사연 하나의 흐름에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어릴 때 할머니에게서 받았던 느낌이  그렇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 내 이야기를 지루함 없이 끝없이 들어주던 넉넉한 표정에서 나는 편안함과 내가 정당하고 옳음을 느꼈다. 나를 인정해 주는 그 미소에서 나는 내가 존재하는 귀중한 존재임을 깨달은 것이다. 나의 행동과 이야기에 공감하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던져주던 무한의 신뢰였다. 그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언제나 여유롭게 의지할 수 있는 품에서 감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언제나 감싸줄 것 같은 편안함이었다.


또, 길거리에서, 극장에서, 갤러리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흐르는 감정의 눈물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 뭉클하게 다가오는 그 순간 말이다. 단어 하나에, 장면 하나에 흐릿한 이미지 속에서 그 감동을 느낀다.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와닿을 때만큼의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누구도 몰라주는 내 마음의 응어리 같은 토로를 들어주는듯한 기분,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은 음악, 그림, 영화, 연극 등 예술의 세계가 주는 감동이다. 가슴이 격하게 흔들린다. 근육이 긴장되고 눈물이 흐른다. 나와 공유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순간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기운의 흐름이 느껴진다. 나만의 공간이다. 누구나 그런 순간을 가져본 적 있을 것이다. 그 감동을 제대로 느끼는 순간을 즐길 여유를 가지지 못했을 뿐이다.

때로 그림 앞에서 한없이 머물고 싶어지는 마음 그것이 바로 감동이다.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무언가의 한 자락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나의 이 이야기가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에서 나의 가슴한쪽에 울렁이는 파도를 만들고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주는 것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그런 순간 여느 때보다 조금 나약해지는 순간 그 기억과 감정이 요동친다. 그때 만남이 필연처럼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인연이다. 오늘날 수없이 받아들이는 정보와 인간관계의 부딪침과 만남에서도 제대로 된 것을 얻기 어렵듯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예술이라는 존재가 주는 것은 그래서 파격적이고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지닌다.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의 영혼과 교감하는 기운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교감의 폭이 커질수록 인간은 더 편안해지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오늘 하루도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자 하는 기운이 일어나지만 꼼짝도 할 수 없는 육신의 체념이 더 가까이 있음에 숨 넘김도 불안해진다. 그 느낌을 언제까지 가질 것인가. 맑은 하늘의 태양처럼 뜨겁게 또는 차가운 바람에 날려 보내야 한다. 그것은 육체와 바람의 교감일 수도 있고, 그림이 주던 기운일 수도 있으며  할머니의 목소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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