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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Nov 25. 2021

기억너머-그리움-겨울-생명의 빛, 김순겸 작가

인명록을 정리하는 오늘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연말을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정리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명록이다. 손 글씨로 하던, 컴퓨터를 이용하던 휴대전화기를 사용하던 그동안 만나고 다시 만나야 할 수많은 사람을 나름대로 다시 정리하고 정리한다. 그것은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것이며 또 새로운 내일을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오늘 참으로 오랫동안 잊었던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름을 밝히지만 금방 떠오르지 않아 누구냐고 되묻기까지 하였으니......, 시간은 망각이라고....., 잔뜩 쌓여있는 머릿속의 인명록에서 잊힌 인물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 처음 알게 된 후 가끔 연락하다 어느 날 연락이 중단되었던 분인데 연말에 퇴직한단다. 오늘 인명록을 정리하다 전화번호가 있어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있어 지난 사람이 아닌 앞으로 남아 있어야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의 뇌리 속에 나는 지워지기도 하고 또 남아 있기도 한 인명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도 누군가를 찾아야 하고 지워야 하지 않을까. 매일매일 맺어지는 인연 중에 나는 누구를 남길 것인가. 그 기준은 무엇이 될까. 지금은 업무로, 친구로, 당장 필요한 이들이 되겠지만 나도 퇴직이라는 멍에를 쓰고 나면 그 기준도 달라질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 나의 인명록에는 누가 얼마나 남아있을까.     


세월의 흔적 속에서 추억을 찾고,
지난 시간을 정리할 때쯤 바라보고 싶어지는 작품.
내 삶의 일부가 녹아 있는 흔적들이다.




기억너머-그리움-겨울-생명의 빛, 변형 40호, 2007년 김순겸, 개인 소장



기억너머-그리움-겨울-생명의 빛, 김순겸     

      

김순겸 작가의 기억 너머-그리움은 까마득한 세월의 한 부분을 찾아낸다.

내 부모님 삶의 한 부분으로  나의 삶 한 귀퉁이를 장식했던 공간이다.     

등잔불은 삶을 담고 있다.


바람에 출렁이면서도 꺼질 수 없는 살아가는 과정의,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는 순간을 드러내듯

호롱불은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밤을 밝히는 등잔불을 통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던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을 드러내 놓고

저 기억 너머 추억의 한 자락을 붙잡았다.   

   

형광등에 밀리어 사라진 듯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추억이 있는 한

등잔불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어느 날 불씨만 올리면

집안을 환히 밝히는 생명의 상징이다.


문틈 바람에 일렁이는 등불 속에

희미한 추억이 스며있다.

할머니의 얼굴,

어머니의 모습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기억처럼 아련하다.


긴 심지에 불꽃이 빛나는 밤

문틈으로 달빛이 스며들때

삶은 긴 겨울처럼 움츠렸다

아침이면 펴진다.


생명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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