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정리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명록이다. 손 글씨로 하던, 컴퓨터를 이용하던 휴대전화기를 사용하던 그동안 만나고 다시 만나야 할 수많은 사람을 나름대로 다시 정리하고 정리한다. 그것은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것이며 또 새로운 내일을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오늘 참으로 오랫동안 잊었던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름을 밝히지만 금방 떠오르지 않아 누구냐고 되묻기까지 하였으니......, 시간은 망각이라고....., 잔뜩 쌓여있는 머릿속의 인명록에서 잊힌 인물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 처음 알게 된 후 가끔 연락하다 어느 날 연락이 중단되었던 분인데 연말에 퇴직한단다. 오늘 인명록을 정리하다 전화번호가 있어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있어 지난 사람이 아닌 앞으로 남아 있어야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의 뇌리 속에 나는 지워지기도 하고 또 남아 있기도 한 인명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도 누군가를 찾아야 하고 지워야 하지 않을까. 매일매일 맺어지는 인연 중에 나는 누구를 남길 것인가. 그 기준은 무엇이 될까. 지금은 업무로, 친구로, 당장 필요한 이들이 되겠지만 나도 퇴직이라는 멍에를 쓰고 나면 그 기준도 달라질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 나의 인명록에는 누가 얼마나 남아있을까.
세월의 흔적 속에서 추억을 찾고, 지난 시간을 정리할 때쯤 바라보고 싶어지는 작품. 내 삶의 일부가 녹아 있는 흔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