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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Nov 12. 2021

삶-시간 속의 이야기, 최장한 작가

비우므로 채운다.

주말 아침, 창밖을 바라보니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부드럽고 맑은 잎사귀가 파르르 떨고 있다.     

그 울림은 옆으로 앞으로 전해져 가니

긴 겨울을 준비하는 아비의 마음을 아는 듯

아직 몇 달의 시간이 있음에도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그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아비는 저 많은 잎사귀를 지닌 채로 겨울을 날 수 없음을 알기에

아픔을 견디며 자식을 보내고 그 에너지로 더 튼튼하게 새봄을 맞이하는가.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긴 겨울의 추위를 이겨냄으로 더 강한 잎을 피우듯 힘들게 피워낸 그 모든 것을 미련 없듯 벗어던질 수 있는 그 현명함이 추위를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임을 알고 있으리라.     


비어 있는 잔은 무엇이든 채울 수 있지만 한 가지를 담고 있는 그릇은 다른 것을 담을 수 없고, 먹어서 생기는 병은 고치지 못하지만 굶어서 생긴 병은 먹기만 하면 고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버리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는 지름길인지도 모르겠다.      

나목裸木처럼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마음의 갈등이 일어날 때
욕심을 버리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작품





삶-시간 속의 이야기, 10호, 2007년, 최장한, 개인 소장



삶-시간 속의 이야기, 최장한    

 

꽃이 피었다.

밝고 깨끗해 보인다.

새들이 노래하고 꽃이 춤추는

내 마음의 꽃밭이 열렸다.

답답하고 멈추어 서버릴 것 같던

모든 것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흥겹고 즐거워진다.

꽃을 그리되 꽃이 아닌 마음을 담았다.

한 송이 꽃에 내가 담기고 세상이 담기는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담겼다.

힘들고 어려운 모든 것이 꽃으로 승화해

밝고 아름답게 드러난다.

기쁨이다. 환희다.

삶의 이야기다.


裸木나목이 모든 것을 벗어던졌지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이

들판의 꽃은 지고 피어나기를 반복하며

같은 것이 없으나 늘 하나 같다.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꽃은 지지 않는다.

그림 속의 생명처럼 영속해 갈 것 같은 믿음이 있다.

삶의 이야기는 꽃이 되어 시간을 거스르며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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