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에 잎에 소복이 눈이 쌓여 흑과 백이 대비를 이룰 때다. 소나무를 일컫는 아름다운 단어는 무궁무진하지만, 그림으로 보이는 소나무는 현실과 달리 더 큰 상상을 품고 있다 그래서 좋다. 경이롭다.
누구는 곧은 마음과 충정으로 노래했으며
다른 이는 삶의 의미를 솔 향 가득히 술잔에 담아 시로 읊었다.
곧게 뻗은 줄기는 삶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버림받았던 굽어진 줄기는 또 다른 즐거움의 미학으로 남았다.
솔 향 가득한 떡시루는
서민의 삶의 한 부분이었고
구중궁궐의 기둥이 되어
권력과 힘의 상징이 되었으니
그 푸름과 곧음은
뭇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소나무를 향한 사랑은 끝이 없으니
묵향에도 화사한 유화로도 표출되며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소나무의 자태, 소나무의 향기
그것은 사람들의 삶이자 지주다.
동해의 소나무, 133cm x 67cm 약48호, 2006년, 전영(북한), 개인 소장
위 작품은 북한의 전영 작가 작품인 동해의 소나무다.
넘어질 듯 휘어진 가지에서 강한 삶의 의지를 보고, 동해의 강한 바닷바람에 세월 때를 씻어낸 흔적을 찾아본다. 예로부터 소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로 믿어 마을 어귀의 장승으로 서기도 하고, 구중궁궐의 기둥으로 수천 년을 지탱해 주기도 하였다.
소나무는 좋은 땅에서만 자라지 않는다. 척박하고 메마른 벼랑 끝에도 뿌리를 내리고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힘든 곳에서도 깊이 자라난다. 사시사철 푸름을 자랑하는 모습은 강한 장군의 풍모를 떠올리게 한다. 옛 선인들은 대나무와 함께 변하지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송죽지절 松竹之節을 상징하거나 인품이 뛰어나고 오래 사는 사람을 일컫는 송교 지수松喬之壽를 가리키기도 했다.
그 소나무가 화폭으로 옮겨졌다. 전영의 화폭에서 보이는 소나무는 곧은 것이 없다. 어찌 이 땅에 곧고 당당하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소나무가 없겠는가. 그러나 이리 휘고 저리 휘며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지탱해온 세월의 모습과 그 꼿꼿한 성품을 담아냈기에 그 속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동해를 바라보며 세월을 지켜온 소나무는 그 자체만으로 신선하다. 역사의 지킴이다.
소나무는 화면을 가득 채웠지만 답답하지 않고 그 기상을 뽑낸다. 저멀리 바라다 보이는 바다 풍경이 여백의 느낌을 지니게 해준다. 소위 주저함을 승낙하지 않는 일필휘지의 붓질이 지닌 장엄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