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빠름의 반대를 느림, 바쁨의 반대는 한가로움, 여유로움이라 하고 천천히, 느림의 반대는 빨리, 급함이라고 할 것이다.
상반된 단어들이지만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 왔던 시대적 상황은 일반적으로 바쁘고, 빠르고, 급하고 하는 말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이 시대적 사회적 요구였고 삶의 원천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반대의 단어들이 의미를 지니며 중요시되어가고 있다.
결국 삶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돈보다는 건강, 사회와조직, 타인에 얽매이는 삶보다는 가족을 생각하는 삶의 방식으로 의식이 변해가고 있다. 슬로시티, 슬로 매니지먼트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다. 소위 느림의 미학이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달팽이 같이 걸어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마음이라도 그것을 추구함으로써 삶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물질적 욕망을 벗어나 삶 자체를 즐기는 여유를 말한다. 그것은 결국 혼자만의 시간 가족과의 대화 여유로운 삶의 한 줄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미술관을 찾고 음악회를 찾고, 공연을 보면서 즐기는 마음을 만들어나간다. 그것은 그 예술 행위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했던 느림,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아니 배우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꼭 구매를 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 공간 자체를 즐기며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예술가의 삶, 예술가가 지닌 생각을 함께 느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여 보는 것이다.
산에 가서도 오른다는 개념보다는 풀 한 포기, 나뭇잎 하나를 보면서 오랜 시간 걷는 것을 즐긴다. 힐링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연이 지닌 모든 것에 대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삶에 대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명상이 되는 것이다.
자연을 보고 즐기는 것도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고, 전시를 즐기는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곧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하지는 않지만 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이 하는 것처럼 희열을 느끼고 감동하는 스스로 자신감을 실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관조적, 참여적 행동을 통해 삶의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