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Nov 13. 2021

박수근미술관을 다녀오면서

인연-문득 드는 생각

         

박수근 미술관을 다녀오면서 다시 한번 인연이라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박수근미술관 전시자료 중


박완서 대표작이자 데뷔작인 ‘나목’은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우리 삶 속 이야기 예술가 내면 의식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인 불우한 화가(옥희도)가 박수근 화백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두 사람 인연은 피난시절 군부대 PX에서 만났고 그 인연은 박수근 작품을 모태로 나목이라는 이 탄생된다.      


박수근미술관 판화전시, 20211111 사진


어쩌면 죽은 나무가 아닌 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린 나목은 겨울에는 눈꽃을 만들고 봄이 되면 새싹을 틔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희망이다.  처음 사람은 각자 극한 상황에서 만나게 된다. 각자 생활에 집착했지만 어느 순간의 계기로 서로에게 자극과 격려가 되었다. 오늘 우리가 그들 작품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되돌아보는 것 또한 우리 삶 속에서 가치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닌가.


화강암으로 축조된 박수근 미술관 외벽에 담쟁이 넝쿨이 자라 올랐다. 여름엔 푸른 잎으로, 가을에 단풍으로 물들며 그 빛을 다하고는 앙상한 나목으로 겨울을 넘는다. 눈이 오면 눈꽃을 피우고 봄이 오면 새싹을 틔우며 생명 가치를 알려준다. 그 모습은 흡사 박수근 작품 나목과 다름이 없다.      


박수근미술관 건물풍경


건물을 지탱하는 돌과 쇠, 유리, 그리고 나무는 풍경과 함께 소멸되고 생성되는 삶의 이야기를 묵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든든히 지키고 있다. 당시 시대상에는 누구나 겪어야 했던 한 과정들이지만 누구에는 단지 고통으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계기가 되었던 두 사람 인연처럼 오늘 이 공간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인연이라는 단어가 소중하게 삶의 의미로 다가오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박수근 출생지에 박물관이 세워지고 재벌가 작품 기증을 계기로 새로운 관심과 도약 발판이 된다면 그것 또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수십년전에 기증한 자작나무숲이 방문객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간, 인연으로 이어져간다. 그것도 어쩌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전시는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