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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편안함은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by 흐르는물

오늘 새로 구입한 구두를 신었다. 마음은 밝은데 발이 불편하다. 끼이고 눌리고 걸을 때마다 뒤꿈치가 닿아 아플까 조심스럽다. 그렇게 몇 분을 걷고 나자 조금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처음보다 불편함이 줄어 신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의 신체 균형이 똑같지 않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만들어진 신을 사면 이런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몸에 맞추어진듯하다. 그래서 오래된 구두를 뒷굽만 갈아서 계속 신는다. 편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래 만난 사람이 편하고 편한 것은 서로의 습관을 알고 맞추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다고 생각한다. 계속 같은 울타리의 사람을 만나게 되고 내 세상은 그것에 한정된다. 직장에서도 그렇다. 같이 일하기 편한 사람이 있다. 한두 번 같이 일 해보 왔거나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 편안함에 젖어 계속 그 사람과 같이 일하고 있다. 일은 잘되고 있는데 더 이상 변화가 없다. 정체가 시작된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직장 선배에게서 누구는 누구 라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상사가 일 잘한다는 사람을 자리를 옮길 때마다 데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들이 정말 일을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되돌아보니 그 일 잘한다는 사람은 자기 윗사람의 기호에 맞는 것을 잘했다. 그가 원하는 것을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챙기고 실행했다. 물론 그들은 어느 순간까지 승승장구하는듯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읽지 못했고 그의 일하는 방식은 과거에 고착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과거 자신이 윗사람에게 한 행동을 같이 있는 동료에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개인으로 봐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조직은 후퇴하고 있었다. 현실감각이 느려진 것이다. 결국 편한다는 것은 안주하는 것이다. 새로움은 항상 긴장하게 하고 더 많은 변화에 도전하게 만든다. 오늘 새 구두를 신지 않으면 익숙해진 오래된 구두를 계속 신고 새 옷과 낡은 구두라는 조화와 부조화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편안함이란 좋은 것이지만 때로는 무능하게 만드는 길이기도하다. 새로운 것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낡은 것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새것을 선택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삶은 언제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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