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 같다.
딱히 이것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지만 그 순간 눈에 들어왔던 것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바라보면서 느끼는 애정 같은 것이다. 홀로 짝사랑이지만 항상 새로운 것이 나타나서 놀라게 한다. 수많은 작품 중 어찌어찌해서 나에게 온 행운을 누린다.
* 어찌 어찌는 그냥, 분위기, 유혹 등 당시 상황이다
어릴 때 딱지나 구슬을 많이 모아 으스대며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던 기분이 있다. 그림이 그렇다.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 작품 한 점이 주는 행복이다. 이것은 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좋으냐가 아니라 감정의 머무름이다. 글로 표현하려 하면 사라진다. 그냥이라는 말이 적당할까.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는 그 충족의 한계를 느끼기에 소장이라는 이름으로 품에 안는다. 보물처럼 바라보다가 어느 날 숨겨두고 다시 보고 싶을 때까지 기다린다. 가끔 혼자 슬며시 꺼내보는 즐거움도 있다. 그때에 나는 왜 이 그림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에서부터 다시금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좋다. 그래서 보물은 두고두고 보아야 한다. 여러개를 한꺼번에 꺼내놓고 보기도 하고 하나씩 꺼내 보기도 한다. 혼자 보고 여럿이 같이 본다. 그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보물의 가치는 숨겨진 것에 있다. 희귀성이다. 내가 지닌 것이 지닌 가치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 그 가치는 내가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쉬이 이 보물을 내놓을 수 없다. 어린아이가 딱지와 구슬을 전 재산으로 애지중지하며 보관하다 더 커서는 누구에게나 나누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듯이 내 그림도 가능할까.
수많은 취미 중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그것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조각 그림 무용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스스로 다가가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삶의 일상인 희로애락을 즐길거리로 만든 것이 바로 예술품이다. 그래서 예술은 즐겨야 한다. 그래야 가치 있다. 취미도 가치를 지녀야 오래간다. 다양성과 희귀성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