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아래
모두가 낙엽을 지우는 순간에도 혼자 푸르름을 유지하는 소나무.
자세히 보면 푸르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는 솔가리가 가득하다.
독야청청하다는 소나무도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를 거듭한다.
새봄에 새로운 가지에서 움을 틔우고
가을이면 묵은 가지는 역할을 끝내고 솔가리가 된다.
안으로는 묵은 것을 떨치고
밖으로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니
소나무는 사시사철 싱싱하고 푸르름을 자랑한다.
하나를 품고 하나를 주니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거름이 되어 다시 환생하는 삶을 거듭한다.
어느 날 문득 바닥에 떨어진 낙엽 속에 자연의 미묘한 순리를 알게 되니
삶은 자연스럽지도 거슬러가는 것도 아니다.
그 모습을 가꾸기 위해 애쓰는 것이
인간이 덧칠하고 화장하는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발산하려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그래도 모두가 헐벗은 순간에 혼자 지키고 서 있다는 존재감은 부러운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