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가 싶은데도 춥고 덥고를 반복하던 날씨 속에서 마당가 철쭉이 활짝 피었다. 날씨 탓인지 작년보다 실하지 못한 느낌이다. 소위 꽃송이가 바글바글하는 느낌이 적다. 그래도 강철쭉이 활짝 핀 모습을 보니 기쁘기 그지없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앞강에 나가면 철쭉이 만발하였었다. 어느 순간 그 많던 철쭉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쉽다. 아무래도 자연에서 보는 것과 인공적으로 옮겨놓은 것은 분위기 차원에서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아래 나전 삼거리에서 진부로 가는 길은 계곡으로 이어져있다. 바로 오대천이다. 가리왕산을 끼고 흐르는 강 줄기는 높은 산등성이가 보여주듯 깊은 계곡을 만들어서 흐른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나무를 나르는 산판차량이나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정도의 왕래길이었던 것이 처음 군인들이 도로확장공사를 하고 뒤이어 확포장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지방도였다가 승격되어 지금의 39번 국도다. 이 길은 평창군과 정선군을 이어준다. 숙암과 나전리 일부 주민은 정선읍으로 수항, 막동 주민은 대화와 진부가 주된 생활권역이다.
도로가 확장되면서 생활은 많이 편리해졌다. 버스가 들어오고 마을에 다리도 놓였다. 2018년에는 동계올림픽 활강 종목이 숙암에서 열리면서 이차선도로가 부분 확장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아졌다 생각되는 것도 많지만 자연적인 지형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것도 많다. 특히 계곡을 형성하고 있던 바위와 주변의 나무 들이다. 특히 철쭉은 오대천을 빛나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다. 절벽과 바위틈에서 자라는 강철쭉은 그 세가 작지만 5월이 되면 계곡 전체를 연분홍빛으로 물들게 했었다. 그러나 몇 번의 도로 확장 공사가 시행되면서 절벽이 절개되고 강가의 바위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철쭉나무도 파여나가고 사람들이 캐내가면서 옛날의 그 모습을 잃어버렸다. 지금은 겨우 일부분이 자연 생태의 모습으로 꽃을 피우지만 그 모습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계곡의 바위와 어울려 자라고 피어나던 철쭉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만 드문드문 남아있을 뿐이다. 바위가 사라지고 철쭉이 캐어져 나가면서 옛 정취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오대천의 물길은 바위에 부딪치며 시원하게 흘러내렸는데 지금은 바위조차 사라져 연못처럼 흐른다. 5월의 정취가 사라진 오대천을 보면 가슴이 아리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인간 스스로 자연의 멋을 놓쳐버린 것이다. 계곡을 물들이던 철쭉은 생명의 꽃이다. 진달래가 피고 철쭉이 피면 오대천을 연분홍빛으로 장식하던 그 부드러움이자 따뜻함이다. 시간이 흐르고 그 아쉬움을 찾겠다고 캐어낸 철쭉을 대신하여 개량된 붉은 철쭉을 집단으로 마구심어 자연과 어우러짐이 사라졌다.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은 그대로가 아름답다. 인간의 손길이 닿는 순간 변하고 망가진다. 지금이라도 임의로 심어놓은 어울리지 않는 철쭉은 뽑아내고 계곡에서 자란 철쭉을 배양해 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난 후 계곡은 다시 옛 아름다움을 찾을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솟아오르는 철쭉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에 감사할 것이다. 40여 년 전 부모님이 삽목으로 심었던 오대천변의 강철쭉이 정원에 몇 그루 있다. 그 고귀하고 우아한 빛은 다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그 연분홍빛에 매료되어 5월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