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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지니 Sep 15. 2021

시어머니와 마늘장아찌

나를 3인칭으로 글쓰기 연습

지현은 식탁에 앉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시어머니의 식탁은 여전하다. 남편의 입맛을 결정지은 그 맛. 언제 먹어도 항상 똑같은 맛의 오징어볶음과 진한 멸치육수에 끓인 김칫국. 결혼 초 지현에게는 간이 세서 입에 맞지 않았지만 이제 젓가락질조차 시댁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좋든 싫든.


지현은 언젠가 한 번, 남편의 입에 딱 맞는 오징어볶음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 이후 그 맛을 다시 낼 수 없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또 다른 메뉴, 잡채도 마찬가지다. 맛있다는 남편의 반응은 딱 한 번으로 끝났다. 지현은 언제나 그날의 느낌대로 요리를 하는 편이었고, 남편은 그런 지현의 생각이 달갑지 않았다. 한 번은 생선조림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단짠의 매력을 가득 담아 지현이 자신 있게 식탁에 내었다. 기대에 부풀어 남편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그녀가 들은 한 마디는 예상 밖이었다.

"넌 엄마가 한 거 한 두 번 먹어본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양념을 이렇게 하냐?"

다시 식탁 위. 마늘장아찌를 집어 든 남편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예전에 장모님이 지현이 외할아버지 뵈러 갈 때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할아버지가 직접 담그셨다고 꺼내 주신 마늘장아찌가 진짜 맛있었어!" 지현은 여러 번 들은 이야기였다. 아직 남편의 이어질 말이 더 있을 텐데 어머니가 불쑥 말했다.

"네가 배가 많이 고팠나 보지."

지현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남편은 벌건 양념이 묻은 오징어 하나를 집어 들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있잖아, 딱 적당한 정도의 짠맛, 딱 적당한 정도의 새콤한 맛.. 그 조합이 진짜~완벽했지. 근데 그때 이후 그렇게 맛있는 마늘장아찌는 먹어본 적이 없다니까~!"

지현은 시어머니의 표정을 살폈다. 남편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남편이 해 주는 할아버지가 담근 마늘장아찌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지현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지현은 맛있게 먹었던 할아버지의 무말랭이 무침도 떠올렸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더 끌어가고 싶었지만 시어머니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 사람은 어디서나 마늘장아찌를 보기만 하면 이 얘길 해요~ 그때 그게 정말 맛있었나 봐요." 지현이 말했다.


지현은 마늘장아찌 하나를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새콤, 짭조름한 마늘을 어금니로 쪼개었다. 지현은 마늘장아찌를 씹는 동안 무슨 말이든 나오길 기다리며 시어머니를 힐끔 보았다. 시어머니가 물을 들이켠다. 꿀-꺽. 지현의 입 속 마늘이 알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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