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화이트 한 잔이요."
수인은 퇴근길 연희동 단골 커피집, 'Flo'에 들어섰다. 카드를 꺼내며 자리를 살폈다. 며칠 전 보았던 그 남자도 보인다. 오늘은 무선 이어폰을 꽂고 노트에 무언가 적고 있다. 검은색 반 폴라 니트티에 베이지색 코르덴바지. 바지 아래 초록색 양말에 시선이 멈췄다. 남자는 방향을 바꾸어 다시 다리를 꼬았다.
그때 서로의 시선이 부딪혔다. 수인은 재빨리 그 시선을 빠져나왔다.
"플랫화이트 한 잔 나왔습니다."
에스프레소 위 마이크로폼 우유 거품이 퐁신거리며 수인을 반겼다.
수인은 입을 대고 한 모금 맛보고 싶었지만 남자의 시선을 의식했다.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블루투스 이어폰을 한 번 툭, 건드렸다.
'Nobody careds about~
몰라 과정 따윈 결과만이 전부인 걸~'
주문할 때 잠시 꺼두었던 노래를 이어 들었다.
수인은 오늘 미팅 때 자신을 떠올렸다.
3개월 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 발표 날.
"수고했어요."
박대표는 오늘도 습관처럼 내뱉는 저 다섯 자뿐이었다.
질문 하나 없이 발표가 끝났다.
플랫화이트 한 모금을 입 속에 잠시 가두었다.
함께 들어온 우유 거품 아래로 씁쓸하고 강한 에스프레소가 혀에서 머물다 코로 퍼져나갔다.
목 뒤로 커피를 넘기니 비로소 고소한 우유 맛이 느껴졌다.
평소 수인은 주로 라테를 시켰다. 오늘은 왠지 플랫화이트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유가 커피랑 섞여 들어오는 맛이 라테라면, 플랫화이트는 훨씬 더 세심한 맛이다. 입술에서 부드럽고 농밀한 질감의 우유 거품을 느끼고 난 후 씁쓸하고 향이 강한 에스프레소가 쭈르르 혀로 몰려든다. 목 넘김과 동시에 코 속까지 에스프레소를 채우고 나면 그제야 우유의 고소함이 혀 끝을 건드린다.
수인은 커피 잔을 두 손에 감싸고 들어 올렸다.
뭉툭한 라테보다 뭉근하게 자신을 달래줄 플랫화이트를 시킨 건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Nobody cares about
얼마나 많은 눈물이
아픔들이 있었는지~
Maybe so do I
So do you?'
<초코와 바닐라-결과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