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 Jul 19. 2020

간장을 샀다

맛있는 계란 간장밥을 먹으려고,

한 두 푼 때문에 포기한, 수도 없는 장르의 양질 중에는
간장이 속해있다.


원체 요리 고자에,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는 나는
그래도 살림을 하려면 찬장에 간장 하나는 있어야 하기에
게 중에도 언제나 제일 싼 간장을 샀었다.


요리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간이 필요할 때 간장을 조금 넣고 끝이 난 듯 손을 툭툭 터는 게 전부이지만 오직, 계란 간장밥을 할 때는, 그 한 두 푼 때문에 포기한 간장의 맛이 너무나도 큰 아쉬움으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어제는 아이들이 계란 간장밥이 먹고 싶다고 하길래, 갓 한 밥에 계란후라이를 후라이후라이 해서 간장을 휘 두르고 챔기름도 두르고 깨를 손바닥으로 빻아 뿌리고 비벼 간을 볼 겸 한 입 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왜 내가 어린 시절 그토록 좋아했던 계란 간장밥을,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 맨들어 주면서, 고작 그 한 두 푼 때문에 포기한 간장의 맛을 보게 할 기회도 주지 못하는 것인가, 대관절 계란 간장밥의 맛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한탄이 밀려왔다.


그래, 어릴 적에 할머니가 계란 간장밥을 해주실 적에, 간장은 맛있는 것을 써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르며, 조금 망설이다 결국에는 한 두 푼이 아니라 배의 돈을 쓰고서 사야 했었던 간장.


조만간에 내가 계란 간장밥을 먼저 해 먹을지, 아이들이 해달라고 할지, 어느 이 되었건, 저 큼지막한 간장을 보며, 괜스레 설렌다.


#간장 #그래이맛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매끈한 다리를 원하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