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익숙하지 않은 땅에서, 다시 익숙한 일상

와이프의 시점 Chapter 7

by 가만히 흐르는중
미국에서 다시 시작된 가족의 하루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 우리의 생활은 다시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가야 했다.

남편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새 직장과 프로젝트로 바쁘게 지내고 있었고,

나는 이곳의 생활에 아이를 적응시키는 데 집중했다.


현재의 미국은 그전과 또 다른 모습이었고, 중국과는 더 큰 차이가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환경, 조금 더 느리고 조용한 동네,

그리고 학교 문화마저 전혀 다른 나라였다.


아이는 처음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실감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좋다고 표현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하루를 견뎌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면서 아이에게 “오늘은 어땠어?” 하고 묻곤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짧은 단어들뿐.

'괜찮아.'

'몰라.'

'그냥 그랬어.'


그 말들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숨어 있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게 두려움인지, 그리움인지, 피로인지...

그래서 나는 무리하게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매일 저녁,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작은 이야깃거리를 나누며 천천히 다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다져갔다.




적응 그리고 평범한 일상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조금씩 바뀌었다.

친구 이름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학교 생활도 조금씩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지만 분명한 적응의 신호를 느꼈다.


나 역시 조금씩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차를 몰고 장을 보고, 커피숍에서 혼자 책을 읽는 시간도 생겼다.

이곳에서의 일상이 이제는 낯설기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득문득 ‘지금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살게 될까?’

‘다시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이번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또다시 이곳에, 이 나라에 적응해가고 있다.

익숙해지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식의 일상을 만들고 있다.

삶은 항상 그렇게 이어져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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