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삶, 그리고 나에게 던진 질문
새로운 무대, 미국 연구소
처음 미국 연구소 주재원으로 부임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넓어진 시야”였다.
이전까지의 나는 늘 내 프로젝트, 내 일정, 내 성과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제품 개발은 단순히 설계와 양산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장, 고객, 미래 전략이 모두 맞물려 있었다.
개발자는 기술만이 아니라, 회사의 방향과 시장의 요구까지 함께 바라봐야 했다.
처음에는 버거웠지만, 차츰 전체 그림 속에서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위치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 순간, 업무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큰 그림 안에서의 한 조각”으로 다가왔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 균형의 의미
부임 후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도 많은 업무의 무게와 책임감으로
가족과 보낼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적응도 하고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삶의 리듬은 이전보다 한결 여유로웠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고,
아이의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퇴근 후에는 짧지만 온전히 가족과의 저녁 시간을 가졌다.
한국에서라면 야근과 회식으로 흘려보냈을 순간들.
이곳에서는 그 시간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업무에서 한 발 떨어져 보니
오히려 내 안에서는 더 많은 질문이 일어났다.
“나는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까?”
“일은 어디까지가 내 삶의 중심이어야 할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낯선 땅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 자주 돌아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라면 단순히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묻혀버렸을 질문들이,
이곳에서는 또렷하게 떠올랐다.
다시, 새로운 길을 꿈꾸다
미국에서의 시간은 내게 몇가지를 남겼다.
업무적으로는 한 발 물러서서 전략과 시장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
삶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균형과 평온
스스로에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
그 세 가지가 얽혀서
내게는 또 다른 방향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까?”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 질문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를 다음 전환점으로 이끌게 된다.